파커 씨의 하루를 통해 본 2020년-④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파커 씨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아들 제임스는 오늘도 늦잠을 자고 말았다. 파커 씨가 집을 나선 후에야 잠자리에서 일어난 제임스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생. 어젯밤 늦게까지 역사 시간에 발표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느라 그만 늦잠을 잤다.


교문이나 교실에서 출석 시간을 체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제임스는 서둘러야 한다. 학생증에 내장된 칩을 통해 자동으로 출석이 체크되기 때문이다.


"휴 늦지는 않았네~" 겨우 제 시간에 맞춰 학교에 도착한 제임스는 자리에 앉아 학생증을 개인 PC에 넣는다. 그러자 자동으로 출석 시간이 체크되면서 PC가 켜진다. PC를 통해 오늘 학교 일정을 확인하면서 수업 준비에 들어간다. 유비쿼터스가 교실에 접목된 U-클래스(U-Class ; Ubiquitos Class)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 PC는 학교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띵동~" 수업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는 친구 스티브로부터 화상 메시지가 왔다. 아직까지 출석을 하지 않을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모양. "오늘 몸이 아파서 결석할 것 같아" 스티브는 대신 집에 있는 PC를 통해 수업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스티브에게는 약간의 벌점이 부과되고 전자칠판의 자료는 제공되지 않는다. U-클래스 시대가 열리면서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학교로 불러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는 공동생활을 통한 인성교육을 위해 학교를 사이버 공간이 아닌 실재하는 배움터로 존립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1교시 수학시간. 예고된 대로 간단한 테스트가 있을 예정이다. 선생님은 전자 칠판을 통해 이번 테스트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한다. 수식으로 이뤄진 수학 문제가 일상생활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돼 의미를 가지는지 실제 사례를 담은 영상물로 확인시켜 준다. 이를 통해 수학은 단지 시험 문제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함께 숨쉬게 된다. 테스트는 각자 개인PC를 통해 치러지는데 문제 풀이 과정까지 고스란히 선생님의 PC로 전달된다. 선생님은 이를 통해 학생 개개인이 무엇이 부족한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은 테스트 도중 개인PC를 통해 다양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정해진 방법이 아닌 새로운 사고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의 배려다. 제임스는 도형 문제가 나오자 3D 시스템을 가동, 도형을 펼쳐보기도 하고 한 면을 잘라보기도 하면서 공감각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고자 시도했다.



2교시 역사시간.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칠판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임스는 이 수업을 가장 좋아한다. 학생들에게 개인 PC가 있다면 선생님들에게는 전자칠판이 수업의 중심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조성되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지원돼 영상 및 음성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이기 때문에 조작도 간편하고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오늘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대한 수업이 진행된다. 선생님의 기본적인 강의 후에는 제임스의 프리젠테이션이 있을 예정이다. 제임스는 전자 칠판으로 보내 논 각종 자료들을 소개한다. 터치 스크린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수치는 확대하거나 색깔을 변형시킬 수 있다. 친구들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클린트이스트우드 주연의 1966년 작 ‘석양의 무법자’의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상영했다. 마지막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미국사박물관 존 스미스 관장과의 인터뷰다. 워싱턴에 있는 스미스 관장의 모습과 음성은 홀로그래픽을 통해 생생히 전달된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질문하며 궁금증을 해결한다. 물론 관련 데이터는 인터넷 서핑을 통해 그 자리에서 수집 가능하다.


3교시는 프랑스어 수업이다. 프랑스어 수업은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는다. 학교에서 준비한 프랑스 과정이 개인 PC에 전송돼 있고 학생들은 각 능력에 맞춰 개별 수업을 진행한다. 제임스는 발음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 주는 발음 교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개인 PC와 연결된 헤드셋을 통해 발음을 하면 컴퓨터가 교정해 주는 방식. 이 후에는 실제 대화를 연습해 본다. 학교에서 제공한 대화 환경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대화를 진행한다. 컴퓨터 대신 실시간으로 연결된 원어민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단 추가 비용 지출은 어쩔 수 없다. U-클래스는 이미 대중화 됐지만 아직까지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교시 체육시간. 체육복은 학생증을 삽입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전자 사물함에 들어있다. 도난의 위험이 거의 없어 가끔 귀중품이나 자신만의 보물을 보관하기도 한다. 탈의를 위해서 매직미러로 만들어진 창문을 터치해 불투명으로 만든다. 매직미러는 이 외에도 유명한 미술 작품을 보여주기도 하고 숲이나 바다 등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여 줄 수 있다. 스티브는 "오늘은 바다로 가볼까"라며 너스레를 떨고는 카리브해 영상을 매직미러에 띠웠다.


오늘은 축구와 야구 등 구기종목을 배우는 시간이다. 제임스는 야구를 선택하고 3D 입체 화면 앞에 선다. 특수 고글을 착용 하면 어느새 야구장 한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신체 각 부위에 붙여진 센서는 몸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이용된다. 제임스가 스윙 동작을 하면 모범 자세와 일치하는지를 분석해 알려주는 식이다. 기본 수업이 끝나면 반 친구들과 가상 현실에서 야구를 즐길 수도 있다. 이렇게 자유롭게 수업을 즐기는 가운데 가상현실 시스템은 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바이오리듬 등 기본적인 건강사항을 체크한다. 제임스는 어제 잠을 설쳐서인지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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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점심시간. "배고파~ 오늘은 어떤 걸 먹을까?" 제임스의 개인 PC는 오늘 점심메뉴를 보여주고 체육시간에 체크된 몸상태를 고려, 이 중에서 추천 메뉴를 제시한다. 그동안에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체중조절을 위한 칼로리나 영양분 밸런스가 고려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집계된 데이터는 한달 단위로 제임스의 주치의에게 전송돼 질병 예방을 위한 귀중한 자료로 사용된다. 단 학교 외부로 전송되는 학생의 자료는 반드시 학생 본인 및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1년에 두 번 공개 외부 감사를 받는 것 역시 법으로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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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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