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조맹섭 전문위원 기고
기초과학연구원의 하드웨어격인 건물은 완공과 동시에 좋고 나쁨이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소프트웨어인 연구원 운영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그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 때문에 국가과학의 백년을 책임질 기초과학연구원의 운영방안은 여러 변수를 꼼꼼하게 고려해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과학에 있어 특히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구는 그 자체 연구결과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응용연구를 통해 구체화돼 사회에 이로운 기술이 됐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연구 결과가 기초연구를 통해 창출됐다 해도 상품화하지 못하면 그저 '돈 먹는 하마'라는 낙인이 찍히고 만다. 때문에 기초과학연구원의 성공 여부는 기존 출연연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그 다음 고려해야 할 점은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예산 확보 방식이다. 기존 출연연들이 고통 받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연구예산의 확보이기 때문이다. 연구과제중심제(Project-Based System) 때문에 많은 출연연의 연구원들이 본연의 연구보다 과제 수주, 행정업무 등 연구 외적인 업무에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작 연구개발에는 19.8%의 시간만을 쏟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는 연구결과의 질적 하락, 연구원의 실력 및 사기 저하 등 결과를 가져온다. 기초과학연구원도 연구원들이 과제 수주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처음부터 법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의 운영 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존 출연연들과의 상생 즉, 시너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존 출연연들이 '서자'나 '콩쥐' 취급을 받거나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방치된다면 대한민국 과학기술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조맹섭 전문위원 choms@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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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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