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아시아초대석 -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담 = 김영무 부국장겸 산업부장
임시투자새액 공제 폐지로 기업들 위축 우려
출구전략은 시기상조...섣부른 낙관은 걸림돌
의료 · 교육시장 개방해 해외 고객유치 나서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인터뷰가 있던 지난 3일, 마침 MB정부의 두번째 개각발표가 있었다. 인터뷰 직전 이뤄진 개각에 대해 손회장은 "최경환, 임태희 두 의원이 국회를 떠나 아쉽다"고 했다. 이번 개각에서 정책위 의장을 지낸 임의원은 노동부 장관으로, 최경환 의원은 지경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회장에게 경제통이자 MB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두 인사가 입각하면서 빈 자리는 유독 크다. 정부가 추진중인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이 번번히 국회의 반대로 지연되거나 원안에서 대폭 수정이 이뤄지는 상황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희(古稀)의 손 회장 말에서는 30년을 넘게 CEO로 재직하며 쌓은 연륜이 그대로 묻어난다. CJ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경영하고 있고 또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가끔은 분개도 하고 호통도 칠만 하건만 언제나 나직하다.
그래도 손 회장이 조용히 던지는 말속에는 우리 경제와 재계를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부 투자재촉, 부실투자 걱정돼 =손 회장은 정부가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없애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기업들이 너나없이 반대했던 사안이건만 손 회장은 감세정책으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라며 이해가 된다고 했다.
MB정부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비지니스 프랜들리'정책을 일부 포기하는 듯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꼼꼼히 따져보면 정부가 애초에 계획했던대로 추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며 되레 역성을 들고 나섰다.
다만 기업들이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투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더 헤아렸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좀더 경제여건이 좀더 좋아진 뒤 폐지했어도 늦지 않았을텐데 너무 성급했다는 것.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지인 중 한분을 만났더니 '투자계획을 다시 검토해 봐야겠다'고 하더군요. 이런 일이 늘어날까 걱정입니다"
규제를 풀었으니 이제는 투자하라는 정부의 잦은 재촉에 대해 손 회장은 조심스레 불만을 내비쳤다.
"투자를 왜 안 하느냐고 재촉하지만 규제 몇 개 풀었다고 곧 투자가 대폭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세계 여러 기업들이 경기가 위축되면서 인력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우리기업은 감원을 자제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의 압력에 무리한 투자가 이뤄져도 문제라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신중한 검토없이 쫓기듯 투자집행에 나설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리한 투자로 기업이 어려워지면 그 부담은 다시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국가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경제전망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기다렸다는 듯 답변이 이어졌다.
OECD에 가입한 경제선진국중 가장 회복속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연말에는 정말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경기회복이 대규모 부양책 덕분인 만큼 규모가 줄어드는 하반기부터는 힘든 시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손회장은 우리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1년짜리인 반면 미국은 3년을 내다보고 부양책을 쓰고 있다면서 단순 비교로 경제가 이제는 회복됐다며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구전략은 시기상조입니다. 준비는 해야겠지만 당장 적극적으로 쓸때는 아닙니다"
손 회장은 미국이나 일본이 일찍 경기부양조치를 거둬 들였다가 겨우 살아나던 경기를 주저앉혔던 사례를 잊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ㆍ의료산업 문호 개방해야 ="이런 얘기를 하면 신성한 교육을 어떻게 사업대상으로 보느냐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손 회장은 교육시장 개방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전에 그동안 겪은 마음 고생을 드러냈다. 그러나 매년 수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이 교육비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문을 닫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게 손 회장의 소신이다.
"여러 형태의 고등학교가 설립돼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면 인재양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의료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용없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지금은 의사와 자치단체만 의료법인을 세울수 있고 그나마도 번 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의료산업이 발전하기 힘듭니다. 해외에서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야 합니다"
손 회장은 취임후 5년 동안 손 회장은 은퇴한 CEO들을 중소기업 경영자문단으로 모셔와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과 규제개혁단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해결해 나온 일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중기경영자문단은 처음 49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96명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157회의 현장경영 자문에 나섰다.
"심부름꾼으로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풀어나가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규제개혁과 중소기업 경영지원에 관심을 두고 노력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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