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김수희 기자]#1. 남편 '인식'과 함께 있는 정화

"저에게는 오랜시간을 함께 해온 남편, 인식씨가 있습니다. 그 사람과의 기억요? 글쎄요. TV 볼륨을 좀 높이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가버리고 퉁명한 말투에 무뚝뚝한 행동까지 설레는 감정은 잊어버린지 오래입니다."



#2. 애인 '해명'과 함께 있는 정화

"봄날 저녁 6시 향기를 기억하세요?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며, 언제나 그는 저를 설레게 합니다. 가슴 속 싶이 스며드는 달콤한 말 한 마디에 어느새 저는 여자라는 것을 느끼곤 하지요. 봄날 저녁 6시 향기.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제게 꿈이고, 사랑입니다."



당신의 부인(남편)에게 또는 오래된 연인에게 내연남(여)이 생겼다면 어찌하시렵니까?



영화의 스크린을 연극 무대로 옮겨 영화와 연극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한 씨네뮤지컬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인 '미스터조'는 다소 세속적인(?) 질문을 던지며 막을 올렸다.



정화에겐 두 남자가 있다. 바로 고리타분하지만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편 인식과 한달만 만나도 지루함을 느끼는 바람둥이 애인 해명이 그 주인공이다.(물론 정화는 해명이 바람둥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른다.)



운명은 항상 그러하듯이 이 두 남자는 동시에 죽음을 맞게된다. 정화는 그제서야 남편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울부짖는다.



이후 죽은 후의 세계가 펼쳐진다.



바람둥이 해명(미스터 조)은 일명 지옥으로 볼 수 있는 '샤랄라 감옥'과 천국으로 볼 수 있는 '하늘시'의 경계선에서 최대 숙제를 맞게 된다.



자신의 목을 조르는 마녀와 무시무시한 어둠이 가득찬 샤랄라 감옥을 벗어나 하늘시에 입주하기 위해선 인식의 몸 속에 들어가 4개월을 버텨야 한다. 잠시나마 사랑했던 그.녀.의 품에서.



이후 인식을 살아가게 된 해명의 진실된 사랑 찾아가기가 그려진다. 눈을 뜨면 사랑하는 그녀가 옆에 있고, 사랑하는 그녀는 따뜻한 밥을 지어 정성스레 차려주고, 소소한 추억을 그렇게 쌓아간다. 순간순간 자신을 조해명이라 말하고 싶은 충동에 힘들어하지만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날엔 바로 샤랄라 감옥으로 직행. 자신을 인식으로만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이 아프기만 하다.



씨네뮤지컬의 진가는 여기서 발휘된다.



무대 위에서는 인식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고, 스크린에서는 해명의 모습이 나타나 그녀를 위한 세레나데를 읊는다.



한구절, 한구절에 스며든 그의 사랑이야기는 애절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이제서야 찾은 사랑에 방황을 하던 그에게 그녀의 입술로부터 충격의 소리를 듣는다.



"사랑이요? 사랑이야 영화를 보거나 꿈을 꾸면 되죠." 정화가 남편을 치료해 준 의사를 상대로 한 이야기다.



꿈? 영화? 비록 자신을 해명이라 말하지는 못했지만 인식으로서, 남편으로서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생각했던 자신이기에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답은 하나였다.



"남편이요? 그는 제가 선택한 삶이고 인생입니다."



결국 해명은 끝까지 자신을 밝히지 않고 하늘시로 올라간다. 그리고 인식과 정화는 여유로운 대화를 즐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꿈꾼다. 오랜동안 함께해온 부인 또는 남편, 또는 연인이 설레임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 슬픈 현실이라고 느끼는 부부와 연인들이 많다.



그럼에도 시간을 오래한 사람들은, 그들만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떼어놓으려고 해도, 늘 옆을 지키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삶의 한 부분. 인생의 또 다른 축.



"봄날 저녁 6시 향기를 기억하세요?"



곧 사라져버릴 향기에 휘둘리기보다 사시사철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그녀)에게 '고맙다'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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