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지점 매달 체납액 14억… 하남·평동산단 경영악화 탓
한전 “독촉 꿈도 못 꿔”… 인사 불이익도
“한 달분이라도 내 주세요.”
“납품대금만 받으면 드릴게요. 며칠만 더 기다려 주시면 안될까요?”
4일 광주 하남산단의 한 자동자부품생산업체에서 한국전력 직원과 이 업체 직원이 나눈 대화다.
이 업체의 전기 사용료는 이미 3개월분이 체납돼 있다. 한 달 평균 2500만원으로 8000여만원의 금액이 체납돼 있는 상태다.
3개월 이상 체납한 이 업체는 절차상 단전 조치를 당해야 하지만 한전에서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직접 방문해 사정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한전 직원은 한 달분의 전기료를 내는 조건으로 단전을 미루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 직원은 “한 달이면 수차례 이렇게 업체를 방문하는 것이 주 업무가 돼 버린 것 같다”며 “더군다나 최근엔 기아차 생산라인까지 멈췄다고 해 협력업체들에 전기료를 받으러 가면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 하남과 평동산단 입주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전기요금 체납이 눈덩이처럼 불어 한전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한국전력 광산지점에 따르면 한달 평균 전기 사용료 체납액이 매달 14억여원에 이르고 있으며, 하남산단과 평동산단 중소업체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소업체들은 단전 처분을 받아야 하는 3개월분을 체납하고 있으며 이미 기한을 넘겨 4~5개월 분을 체납하고 있는 곳도 많다고 광산지점은 전했다.
이 때문에 광산지점 요금관리팀 직원들은 업체들을 방문해 전기료 납부를 독촉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되다시피한지 오래. 하지만 이들이 업체를 방문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독촉은 커녕 통사정에 가깝다.
보통 수천만원에 이르는 체납액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일 뿐더러 ‘돈맥경화’ 탓에 전기료를 해결할 만큼의 자금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광산지점은 본사에서 정해 놓은 전기료 수납 목표치에 미달해 급여나 인사에 불이익까지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광산지점 한 관계자는 “산단에 공급되는 전기료는 산업용으로 일반 가정용에 비해 싸지만 워낙 업체들이 힘들다 보니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도 불황을 감안해 업체들과 원만히 해결하길 바라지만 이런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남산단의 한 자동자부품 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5000여만원의 전기료를 체납하고 있는 상태”라며 “전기는 공장을 돌리는데 필수인 만큼 정책적인 배려가 조금 더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남일보 김범진 기자 bjjournal@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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