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증권사의 소위 '간판스타'인 K애널리스트. 그는 지난 한달 새 전화만 하루 5000통을 받았다. 하루 평균 167 통화를 한 셈. 그의 이름으로 리포트가 나가면 기업을 비롯, 법인, 계열사, 개인투자가까지 엄청난 전화가 쏟아진다. 그러나 S증권사의 최고 얼굴인만큼 모든 걸려오는 전화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전화에 시달리고 나면 하루가 거의 다 간다. 실제 리포트 작성은 자연히 RA(보조연구원) 차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소위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리포트 작성은 RA가 하거나 요약 리포트만 내놓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상당수"라고 털어놨다.

영업직원으로 전락하는 특급 애널리스트들이 늘고 있다.

기업과 공생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투자현실에서 대기업 등 고객 아닌 고객을 상대하다보면 정작 기업분석에 쏟을 여력까지 상실하는 경우가 다반사.

리서치센터 본연의 업무가 '투자나침반'인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들려오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연봉은 상위권은 평균 3억원, 특급은 1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불황으로 인해 증권사마다 연봉을 20~30%정도 삭감했거나, 삭감 조치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독보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최고 몸값만큼이나 증권사에서 가장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애널리스트들.
그러나 고속 승진을 할수록 기업분석보다 자기사람 지키기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실제 A증권사 최고 경력을 자랑하는 K애널의 경우 최근 리포트 제공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그나마 제공된 리포트도 3매이상을 넘지 않는 요약 리포트. 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분석 리포트는 1년 1회 꼴로 내보내고 있다. 이유인즉슨 그의 손전화는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투자에 유망한 방향으로 나가기를 원하는 기업 관계자부터, 항의전화, 안부전화, 모기업 관계자의 전화까지 이런 저런 전화에 시달리고 나면 하루가 다 간다. 저녁 시간 또한 빡빡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관계자들과 자리를 갖고 나면 어느새 새벽시간이 훌쩍 넘는다.

B증권사 리서치센터도 이름 있는 리포트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중견급 애널리스트들이 대외업무로 시달려, 결국 기업분석은 RA에게 넘어간다. 연봉협상을 앞두고 숫자채우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심화된 기업분석이 담긴 탐방 리포트가 급격히 줄고 있다.

실제 FN가이드에 의뢰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35개 탐방 리포트가 제공된 반면 올해 1월 143개로 급격히 줄었다. 연봉이 대폭 깎여 의욕이 상실된 애널리스트가 많아진 것도 이에 일조했지만 관계를 중시하는 애널리스트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영향이 크다고 업계관계자들은 털어놨다.

반면 리서치센터장이 되고서도 리포트를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조병문 KB투자증권 상무가 그 주인공. 조 센터장은 새벽 12시까지 적막한 사무실을 지키며 자신의 리포트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장수가 죽을 곳은 싸움터 뿐이고 애널리스트는 죽을 때까지 리포트를 써야 한다"며 "시장이 반응하는 한 리포트를 계속 써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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