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에 다시 사이버 모욕죄
사이버모욕죄 신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익명성을 이용한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인터넷문화를 정립한다는 것이 사이버모욕죄 신설의 목적인 셈이다.
사이버상 모욕의 피해는 신속한 파급력과 전파성, 법익 침해의 중대성, 피해 구제의 어려움 등으로 여파가 매우 크다. 따라서 위법한 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사이버상에서의 명예훼손 등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법으로 이같은 사안에 대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인터넷의 특수한 성격과 법익 침해의 심각성 등을 고려하면 형법 외 특별법 도입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이버 상에서는 모욕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관련한 극심한 피해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이 미비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피해를 당했음에도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측면도 있다. 사이버 모욕죄가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의견은 과도한 억측에 불과한 것이다.
먼저 모욕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다. 이 판단을 검찰이나 경찰에 맡겨버릴 경우, 사이버모욕죄가 인터넷의 여론을 옥죄는 정치적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만약 네티즌들이 정부 정책이나 대통령 등을 비판하는 글이나 패러디를 올릴 경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기존 모욕죄, 명예훼손죄만으로도 충분히 인터넷 분야 사건들을 처리할 수 있음에도 특별법을 만든다는 것은 숨겨진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의 모욕이라고 해서 현실보다 더 중하게 처벌한다면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따지자면 신문모욕죄, 방송모욕죄 등 다양한 매체별 모욕죄까지 신설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사이버모욕죄 도입은 인터넷 산업까지 위축시킬 수도 있다. 최근 미네르바 구속 사건 후 구글이나 야후 등 외국에 서버를 둔 외국계 포털사이트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이버모욕죄가 도입되면 자칫 인터넷 사용자 급감과 산업 위축이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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