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년기획] 돈이 돌아야 내수가 산다
외환위기 교훈 망각 방만경영 되풀이
연체율 급등 건전·유동성 악화 결정타
고부가가치 신사업 블루오션 개척해야
위기사태 긴급대응 관련규제도 재편을
"지난 수년간 한국의 은행산업 지도는 그대로로 은행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추가 재편이 불가피하다" 모 시중은행 부행장의 뼈있는 말이다.
국내 은행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자산의 건전성이 당시와 비교해 훨씬 나아졌지만 3개 은행 중 1개 가량이 합병 등을 통해 정리된 97∼99년을 떠올릴 정도다.
금융권은 외환위기의 교훈을 잊은 채 또 다시 부실, 방만경영에 나서면서 은행을 비롯한, 보험사, 카드, 저축은행 및 대부업계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 강남의 경우 은행만 따져봐도 지름 1㎞ 원안에 약 20개의 점포가 몰려 있고 한 빌딩에 은행지점 두세 곳은 흔히 볼수 있는 광경이다. 중소기업대출 및 가계 대출 연체율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건설,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권은 자본확충에 쩔쩔매고 있다.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방만경영도 문제지만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정부 관료 및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현재의 금융 및 기업 건전성은 외환위기때와 다르며 외환위기 당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현재 위기는 외환위기 때와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 대세다. 당시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미국, 영국, 유로지역,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0.61%로 BIS 권고안인 8%를 훨씬 웃돈다.
기업도 그 당시와 비교해 상당히 양호하다. 97년 424.6%에 달하던 상장"등록법인의 부채비율은 올 9월 말 현재 104.3%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인 유동외채 총액도 외환보유액을 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국내에서 시작됐든 해외에서 야기됐든 위기가 진행되는 방향은 비슷하고 그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지금의 위기는 은행권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지금의 금융악화가 이제 서막에 불과하며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외환위기때보다 심각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산업 경쟁력은 제자리걸음=각종 지표로 드러나는 한국 금융경쟁력은 밑바닥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조사대상 134개국 가운데 2008년 한국 경쟁력 순위는 13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 분야 순위는 37위에 그쳤다.특히 2007년 27위에 비해 10계단이나 내려섰다.
이같은 문제는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외환위기 당시의 아픔을 잊고 방만, 부실경영을 일삼았다는데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은 외형경쟁과 방만경영은 덩치키우기로 거듭났고 2002년부터 소매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점포 수와 직원 수를 우후죽순 늘리면서 거의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불어난 상태다. 9월 말 현재 국내 일반은행의 점포 수는 5647개에 달해 97년 수준에 육박한다. 인원 역시 계속 불어났다. 임원과 일반직원 수는 9월 말 현재 각각 370명과 7만4425명으로 98년(345명, 7만3821명)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점포의 중복성뿐 아니라 영업 행태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이 2005~2006년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데, 2006~2007년에는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대다수 은행이 열을 올렸다.
결국 이같은 은행권의 경영이 연체율 급등으로 인한 건전성 악화와 유동성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금융시스템 개선이 관건=전문가들은 결국 금융위기 발생이 결국 '금융시스템' 미흡에서 비롯됐다고 볼 때, 결국 재현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수익성은 크게 향상됐지만 상당부분 비용 축소와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결과이지 경쟁력이 향상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우리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고부가가치 사업을 개척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금융감독제도 및 관련 규제도 재편도 지적했다. 현 체제로는 기관 간 유기적 원할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급박한 위기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출혈경쟁이 반복되는 이유로 비슷한 크기의 은행들이 여러 개 난립해 있기 때문이라며 강도높은 구조조정도 요구됐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문제로 국한 된 외환위기 때와 달리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결국 구조조정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몰아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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