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보다 자산 더 많은데도 회생절차 돌입
‘현금흐름’ 끊겨…캐시 트랩·금리·만기집중 겹쳐

제이알글로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제이알글로벌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close 증권정보 348950 KOSPI 현재가 1,182 전일대비 0 등락률 0.00% 거래량 0 전일가 1,182 2026.04.30 15:30 기준 관련기사 시총 2300억 제이알리츠, 회생절차 신청…소액주주 피해 우려 배당소득 분리과세 '막차' 논의…"배당 우등생 리츠 빠뜨리면 취지 퇴색"[부동산AtoZ] [실전재테크]'배당 파티' 리츠, 10·15대책 덕보나?…금리하락 타고 외국인·기관도 '사자' )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상장 리츠의 첫 부도 배경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산가치와 임대수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현금흐름이 막히며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리츠란 상업용 오피스 등에 투자해 임대료와 시세 차익을 올리고, 투자자들에게 평균적으로 연 5~7%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해외 상업용 빌딩 가치가 떨어지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리츠 시장도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망할 회사가 아닌데 왜"…사업 부실 아닌 자금 미스매치

앞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27일 만기가 도래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고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직전까지 A- 등급을 유지하던 신용등급은 단기간에 D로 떨어졌고, 한국거래소는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주가는 지난해 말 2800원에서 1182원까지 급락했다.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은퇴자 등 소액주주 약 2만8000명이 영향을 받게 된 상황이다.

빌딩값 그대로인데…제이알글로벌리츠는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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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목되는 점은 회사 자산의 가치다. 빌딩 등 부동산 가치는 약 2조778억원으로, 전체 차입금(빌린 돈) 약 1조7005억원을 넘는다. 임차인(건물을 빌려 쓰는 기관)도 벨기에 정부청사와 미국 의료노조다. 임대료는 제때 들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업성이 떨어져 문제가 된 게 아니다"며 "조달 구조 및 조건이 바뀌는 과정에서 자금수급이 불일치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리츠가 가진 자산 자체가 아니라 자금 흐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사태의 출발점은 부동산 가치 평가를 둘러싼 회사와 해외 대주단 간 시각 차이였다.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의 가치를 두고 회사는 약 13억5000만유로로 본 반면, 대주단은 9억2000만유로 수준으로 평가했다. 통상 부동산 가격은 당사자 간 의견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대출 약정엔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금을 제한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대주단 기준 LTV가 61%로 상승해 약정 기준인 52.5%를 넘어서자 '캐시 트랩'(Cash Trap)이 발동됐다.


캐시 트랩은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회사로 들어오기 전에 대주단 통제 계좌로 이체되는 장치다. 이 경우 회사는 수익이 발생하고 있어도 그 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노린 상가 투자자가 은행의 담보가치 재평가 한 번에 임대료가 묶여버린 상황에 가깝다는 것이다.

금리 급등·만기 집중…2주 사이 2000억 상환 압박

금리 환경 변화도 강력한 변수로 작용했다. 회사는 2020년 1월 연 1.05%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2024년 만기 연장 과정에서는 금리가 4.398%로 크게 상승했다. 또한 매년 원금의 3%를 나눠 갚는 조건까지 추가되면서 현금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


금리 상승은 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물값은 보통 그 건물에서 1년에 벌어들이는 임대수익을 시중금리 같은 '기대수익률'로 나눠서 매긴다. 같은 임대료를 받더라도 시중금리가 오르면 건물값은 그만큼 깎이는 셈이다. 금리가 뛰는 사이 빌딩 가치도 흔들렸고, 회사와 대주단의 평가 격차가 벌어진 배경이 됐다. 여기에 단기 채무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위기가 현실화됐다. 단기사채 400억원, 회사채 600억원, 환헤지 정산금까지 2주 사이 약 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했지만, 유상증자는 무산됐고 회사채 시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회사는 회생절차와 동시에 'ARS(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한 상태다. ARS는 법원 감독 아래 채권단과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기간 동안 회생 개시 결정을 보류하는 제도다. 법정관리로 직행해 해외 대주단이 담보권을 행사하기 전에 채권단 차원의 워크아웃을 먼저 시도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 직격…리츠 구조 리스크 부각

빌딩값 그대로인데…제이알글로벌리츠는 왜 무너졌나 원본보기 아이콘

이번 사태는 개인 투자자 중심의 리츠 투자 구조에도 경고를 던졌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메리트를 바탕으로 리테일·자산관리(WM) 중심으로 판매돼 개인투자자의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리츠 채권 발행과 판매 절차에 대한 감독·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리츠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도 흔들렸다. 제이알리츠의 회생 신청 이후 상장 리츠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개별 사례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해외 자산 중심 리츠와 국내 자산 중심 리츠 간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상장 리츠는 시가총액 가중평균 5.6% 하락했고, 한화리츠(-10.02%), 마스턴프리미어리츠(-9.85%), 롯데리츠(-8.11%) 순으로 낙폭이 컸다.


이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양극화 구도(국내와 해외, 대기업 스폰서와 금융사·운용사 계열)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핵심 권역 오피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국내 자산 보유 대형 리츠 중심의 차별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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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회사는 제3의 감정평가법인 선정 등 대주단 평가에 대한 법적 이의 절차를 밟고 있다. 새 감정평가 결과가 회사에 유리하게 나오면 구조조정은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될 수도 있다. 담보권을 쥔 대주단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투자자 손실 규모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어떻게 구조조정을 하든) 해외 대주단의 담보권 실행 여부가 무담보 채권자들의 회수율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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