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못 듣는 초저주파 노출 시
"짜증·불쾌감 늘고 스트레스 호르몬도 증가"

편집자주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요즘 영화 '살목지'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개봉 20일 만에 관객 200만명 동원했는데 공포 영화가 200만 고지를 넘긴 것은 2018년 영화 '곤지암' 이후 8년 만입니다.


살목지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살목지의 살이 '죽일 살(殺)'을 연상케 하면서 오싹한 느낌을 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982년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지어졌고, 인근 지명 '살목'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살목지 포스터. 쇼박스

영화 살목지 포스터.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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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실제 충남 예산군에 있는 살목지를 찾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절대 가지마'라는 말이 오히려 호기심을 불렀는지 심야 시간에 살목지 인근에 교통체증이 생길 정도로 방문객이 몰린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후기에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이유 없이 소름이 돋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이 갑자기 고장 났다" 등 경험담이 많습니다.

문득 스치는 '섬뜩함' 귀신 탓?

설명하기 어려운 찝찝함은 결국 '귀신이 있다'는 식의 초자연적 해석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유 모를 섬뜩함을 귀신 탓으로 돌릴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 국제학술지 '행동 신경과학의 개척자'에는 이런 감각에 대해 설명해 주는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캐나다 맥이완대 연구팀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 이른바 '인프라사운드'가 사람의 감정과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했습니다. 인프라사운드는 20헤르츠(Hz) 이하의 매우 낮은 주파수로, 일상에서는 교통, 환기 설비, 노후 배관 등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우리는 이를 듣지 못하지만, 몸은 반응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습니다.

실험은 단순하게 설계됐습니다. 참가자 36명을 각각 방에 앉혀 음악을 들려주되, 일부에게는 18Hz의 초저주파를 함께 재생했습니다. 이후 감정 상태와 음악에 대한 인식을 평가하고, 전후 타액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영화 '살목지' 속 살목지 저수지의 모습. 쇼박스

영화 '살목지' 속 살목지 저수지의 모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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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주파 노출, 감정·신체 반응에 영향"

연구 결과, 초저주파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더 짜증을 느끼고 음악을 더 부정적으로 인식했으며, 낮은 흥미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코르티솔 수치도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정작 참가자들은 자신이 초저주파를 들었다는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소리를 인식하지는 못해도 몸은 반응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일상 속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감의 원인을 일부 설명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이나 지하 공간처럼 저주파 진동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의 경우 사람들의 기분 변화가 외부 자극 없이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연구 책임자인 로드니 슈말츠 캐나다 맥이완대 교수는 "예를 들어 귀신이 나온다고 알려진 건물을 방문했을 때 특별히 보이거나 들리는 것은 없지만 기분이 변하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며 "이는 오래된 건물에서는 인프라사운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험 규모가 크지 않았고, 특정 주파수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다양한 주파수와 장기 노출 조건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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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막연하게 느껴왔던 감각들은 사실은 들리거나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물리적 자극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육감이란 경험과 기억이 축적된 빅데이터라고도 하는데요. 어쩌면 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기민하고 똑똑한 감지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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