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워진다"…서울시발레단 창작 신작 '인 더 밤부 포레스트'
대나무 숲에서 찾는 내면의 회복
강효형 안무…5월15~17일 공연
배우 한석규가 스님과 함께 조용히 대나무 숲을 걷고 있다. 갑자기 정적을 깨는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한석규가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스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묵묵히 계속 걷는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에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대한민국 이동통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00년대 초, 큰 반향을 일으켰던 TV 광고의 한 장면이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매몰되지 말고, 때로는 휴대전화를 꺼두고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시발레단이 이러한 메시지를 구현한 듯한 작품 '인 더 밤부 포레스트(In The Bamboo Forest)'를 오는 5월15일부터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인다.
작품을 안무한 강효형 안무가는 29일 서울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나무 숲을 걸으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은 고뇌를 품은 인물"이라며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혼란을 겪던 인물이 숲에 들어가 자연과 호흡하고 동화되며 스스로를 비워내고 새로운 힘을 얻는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강효형 안무가가 29일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5월15~1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인 더 밤부 포레스트(In The Bamboo Forest)'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
강효형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대나무의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언젠가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발레단으로부터 작품 의뢰를 받으며 구상이 구체화됐다. 인 더 밤부 포레스트는 서울시발레단이 2024년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전막 창작 발레다.
이날 시연에서 서울시발레단 여성 무용수들은 대나무가 곧게 세워진 무대를 배경으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강 안무가는 "무용수들이 하나의 대나무가 된 것처럼, 강인하면서도 어떤 위험에도 꺾이지 않는 힘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강요형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다. 2009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고 2015년부터 무용수와 안무가를 겸하고 있다. 안무 데뷔작 '요동친다'로 201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안무가 발굴 플랫폼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초청됐으며, 이듬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부문 후보에 오르며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이후 '허난설헌-수월 경화', '호의 당', '활'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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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면 시연에서는 발레리나가 토슈즈를 벗어 내려놓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강효형은 이를 '비워냄'의 상징으로 설명했다. 그는 "발레리나들이 토슈즈를 신고 올라서기 위해 매우 많은 힘을 길러야 한다는 점에서 토슈즈는 발레리나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도구"라며 "이를 내려놓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워낸다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시작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며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이유가 속이 비어 있기 때문이듯, 비움은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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