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매 낙찰총액 685억원
전년比 162%↑, 출품작 18% 감소
100억대 두 작품 반등 지표 견인

미술시장은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1분기 국내 경매 낙찰액은 1년 전보다 160% 넘게 뛰었다. 그러나 경매장에 나온 작품은 오히려 줄었다. 거래가 넓게 살아난 것이 아니라, 일부 초고가 작품이 전체 숫자를 끌어올린 장세였다.

나라 요시토모, ‘Nothing about it’(2016). 캔버스에 아크릴, 194×162㎝. 서울옥션

나라 요시토모, ‘Nothing about it’(2016). 캔버스에 아크릴, 194×162㎝. 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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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2026년 1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8개 주요 경매사의 미술품 낙찰총액은 685억2964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261억9021만원보다 161.7% 증가했다. 겉으로는 침체를 벗어난 급반등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체 출품작 수는 5209점에서 4277점으로 17.9% 줄었다. 온라인 경매 횟수도 54회에서 32회로 감소했다. 낙찰액은 커졌지만 시장에 나온 작품과 거래 채널은 축소됐다.


반등 지표를 만든 것은 초고가 작품이었다. 지난달 서울옥션 경매에서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2016년작 'Nothing about it'은 150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경매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2015년작 'Pumpkin'도 104억5000만원에 팔렸다. 두 작품의 낙찰액만 254억5000만원이다. 1분기 국내 전체 낙찰총액의 37.1%가 단 두 점에서 나왔다.

100억원대 작품 두 점이 같은 경매에서 나온 것은 이례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이를 시장 전체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라 작품은 147억원에서 시작해 150억원에 낙찰됐고, 쿠사마 작품은 95억원에서 시작해 104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초고가 작품이 거래됐지만, 치열한 경합으로 가격이 크게 뛰었다기보다는 검증된 작품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소화된 거래에 가까웠다.


경매사별 실적도 양대 경매사에 집중됐다. 서울옥션의 1분기 낙찰총액은 462억6985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케이옥션도 183억2440만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낙찰총액을 합치면 약 646억원으로, 전체 국내 경매 낙찰액의 94%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마이아트옥션, 라이즈아트, 칸옥션 등 중소 경매사의 실적은 전년 수준에 머물거나 감소했다.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출품작 추이.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출품작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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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률 상승도 곧바로 시장 회복으로 읽기 어렵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낙찰률은 52.2%로 지난해 1분기 48.2%보다 4.0%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출품작 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나온 상승이다. 경매사가 팔릴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골라 내놓고, 구매자는 환금성과 이력이 확인된 작품 위주로 응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평균 낙찰가액은 이 구조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서울옥션의 평균 낙찰가액은 지난해 1분기 1332만원에서 올해 1분기 7923만원으로 약 6배 올랐다. 케이옥션도 2832만원에서 4373만원으로 상승했다. 작품이 더 많이 팔려서 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라, 비싼 작품 몇 점의 비중이 커지면서 평균값이 높아진 것이다.


온·오프라인 경매의 역할도 갈렸다. 서울옥션의 1분기 미술품 낙찰총액 462억6985만원 중 452억1400만원, 약 97.7%가 오프라인 경매에서 나왔다. 케이옥션 역시 전체 낙찰총액 183억2440만원 가운데 173억3600만원, 약 94.6%가 오프라인 경매에서 발생했다. 수십억~수백억원대 작품은 현장 메이저 경매로 모이고, 온라인 경매는 중저가 작품이나 위탁 물량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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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보고서는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글로벌 3대 경매사의 1분기 합산 낙찰총액이 1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4.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의 반등 역시 단일 소유자 컬렉션과 최상급 우량 작품이 이끈 결과였다. 한국 시장도 같은 흐름 안에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형 경매사와 일부 초고가 해외 작가 작품에 실적이 더 강하게 의존했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관계자는 "1분기 시장은 낙찰총액만 보면 강한 반등처럼 보이지만, 출품작 감소와 초고가 작품 비중을 함께 보면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중저가 작품과 온라인 경매, 중소 경매사의 거래가 함께 살아나야 시장 체력이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고액 거래가 공개 경매 밖의 프라이빗 세일로 이동하는 흐름도 커지고 있는 만큼, 세컨더리 마켓의 전문성과 가격 신뢰 확보가 향후 시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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