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외막 스스로 무너지게 유도… 기존 항생제 효능 높이는 새 치료 패러다임

스스로를 지키던 방어체계가 오히려 치명적 약점으로 전환됐다.


전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다제내성 그램음성균에 대응해 국내 연구진이 세균의 방어 체계를 역이용하는 혁신적인 항균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항생제의 효과를 높이면서도 독성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화학과 김광선 교수 연구팀이 대장균 유전 조절 시스템에서 유래한 펩타이드 'TimP'를 활용해 그램음성균 외막 구조를 재배치하고, 이를 통해 최후의 보루 항생제로 불리는 폴리믹신의 항균 효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전했다.

(왼쪽부터)부산대 김광선 교수, 조혜진 박사. 부산대 제공

(왼쪽부터)부산대 김광선 교수, 조혜진 박사. 부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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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제내성 그램음성균은 강력한 외막 구조를 갖고 있어 기존 항생제와 신규 항생제 모두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병원성 세균이다. 특히 폴리믹신은 외막을 직접 공격하는 핵심 약물이지만 내성 발생과 높은 독성으로 임상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대장균 sRNA 과발현 라이브러리 스크리닝 과정에서 폴리믹신 효능을 증가시키는 sRNA 'RyfA'를 발견했고, 이 유전자에서 유래한 펩타이드 TimP가 동일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TimP가 과발현된 환경에서는 세균이 TimP를 탑재한 세포 밖 소포체(EV)를 과량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EV가 세균 외막 구조를 변화시켜 폴리믹신이 세균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 AlphaFold 기반 결합 예측과 표현형 분석을 통해 TimP가 세균 외막 단백질 LamB와 상호작용하며 외막 구조를 물리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견고했던 세균 방어막이 약화되면서 폴리믹신 감수성이 높아지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실제 치료 전략으로 확장해 폴리믹신과 TimP를 동시에 탑재한 EV 플랫폼 'PMB@TimP EV'를 구축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낮은 농도의 폴리믹신만으로도 다제내성 그램음성균에 대한 항균 효과를 높이면서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균 스스로 방어 체계를 무너뜨리도록 유도해 기존 항생제의 효능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광선 부산대 교수는 "기존 내성 연구가 항생제 자체의 변형에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세균 고유의 단백질 시스템을 역이용해 항생제 투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EV 기반 약물 전달체와 결합하면 독성이 강한 항생제 사용량은 줄이면서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어 의료 현장의 공백을 메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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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국가아젠다 기초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약학 및 약물 내성 분야 국제학술지 Drug Resistance Updates 4월 22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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