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CU지회 소속 배송 기사들이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면서 일명 'CU 사태'가 발생했다. 4월 20일 진주 물류센터 인근에서 운행 중인 대체 화물차를 저지하던 조합원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파업이 이어지면서 제3자인 가맹점주와 CU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BGF로지스는 화물연대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센터 입구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센터 입구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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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이 '사용자'라며 교섭을 요구했다. BGF리테일이 배송 기사들의 운임·물량·노동조건 등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BGF리테일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BGF리테일과 배송 기사는 'BGF리테일-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물류센터-지역 운송사-배송 기사'로 이어지는 5단계 하도급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화물연대와 BGF로지스는 4월 22일 상견례를 갖고 향후 교섭 일정을 논의했다.

이번 사안에서 배송 기사들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관심이 쏠리지만, 법조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누구인지'보다는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배송 기사들이 BGF리테일을 이른바 노란봉투법에서 말하는 '실질적 사용자'로 지목하고 교섭을 주장하려면, 우선 이들이 해당 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성이 부인된다면 사용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애초에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면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성'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용자성'은 근로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하는 법적 지위를 말한다.


특히 화물연대 배송 기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아직 정립된 판례가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를 통해 이번 사태를 둘러싼 핵심 쟁점들을 짚어봤다.

화물연대 배송 기사, 노조법상 근로자일까

전문가들은 대형 화물차로 배송 업무를 하는 기사들의 경우 개인사업자적 성격이 강해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속성'이 인정돼야 한다. '전속성'은 일정한 사업장에서 특정 사용자와 계약 관계를 맺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소득을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근로조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기존에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사례를 보면 사업장에 대한 '전속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면서도 "전속성 측면을 고려하면 화물연대 배송 기사들의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택배 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판례가 있지만, 이를 이번 사례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고법판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앞서 법원이 택배 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가 있으나, 이번 화물차주 사례에 이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대형 화물차주는 택배 기사보다 투입된 자본금이 많아 개인사업자적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동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중견 변호사 역시 "화물연대 배송 기사들은 워낙 개인사업자적 성격이 강해 기존에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사례들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노조법상 근로자의 인정 범위를 점차 확대해 온 만큼 근로자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물류센터 봉쇄, 업무방해죄 성립할까

전문가들은 화물연대가 주요 물류센터를 막아선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성립 등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한 대형 로펌의 노동그룹 변호사는 "만약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폭력을 행사하거나 정당한 파업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불법 파업으로 간주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노조로 인정받더라도 정당한 쟁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형법상 업무방해 요건을 엄격하게 보고 있어 구체적인 요건 충족 여부는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정상적인 업무를 물리적으로 막으면 업무방해가 되지만, 합법적인 파업 중 사측의 위법한 대체 근로 투입을 저지하는 목적이었다면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제3자인 가맹점주의 '직접 손배' 청구, 가능할까

물류 차질로 막대한 영업 손실을 본 가맹점주들이 배송 기사들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고법판사 출신 변호사는 "만약 합법적 파업일 경우 점주는 본사 측에 계약상 책임을 물어야 하나, 불법 파업과 불법 봉쇄로 판단될 경우 가맹점주가 화물차주 개개인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 노동그룹 변호사는 "노동자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위법한 봉쇄 등으로 물류를 공급받지 못해 영업 손실이 발생한 가맹점주는 배송 기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맹점주는 제3자이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고 할 때 입증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점주와 배송 기사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때 배송 기사의 물류센터 봉쇄로 인해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CU가맹점주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지방에 위치한 가맹점의 경우 매일 받던 물류들이 지정된 요일에 일부만 들어오고 있다"며 "BGF리테일, BGF로지스, 화물연대 측에 물류 정상화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전했다.


가맹점주뿐 아니라 BGF리테일 협력업체들도 손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CU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관계자는 "매출 기회비용 손실이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것 같다"며 "근로자성 인정 여부조차 다툼이 있는 사안인데, 무작정 파업을 하고 업무방해를 하니 CU에 주력으로 납품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피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BGF로지스 "화물연대는 노란봉투법 적용 대상 아냐"

BGF로지스는 23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화물연대는 노란봉투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BGF리테일은 사용자가 아니므로 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화물연대가 물류 원청인 BGF로지스가 아닌 BGF리테일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BGF로지스는 "BGF리테일은 사업 구조상 실질적 지배력과 사용자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므로 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합원 사망 사고 이후인 4월 22일, BGF로지스가 화물연대 측과 대화 테이블에 앉았지만 BGF로지스는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BGF로지스는 "4월 22일 이뤄진 화물연대와의 상견례는 가맹점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속한 해결을 위한 것"이라며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 대형 로펌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 단체라 하더라도 기업과 협상이나 대화는 가능하며, 기업이 대화 자리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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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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