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사태' 극적 타결했지만…노란봉투법, 식품사도 떨고있다
자회사 둔 원청 기업, ‘교섭 테이블’ 앉을 가능성↑
법조계 "구체적 작업 지시·업무 시간 통제, 노란봉투법 적용"
편의점 CU 매장에 상품을 배송하는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가 22일만에 타결된 가운데 양측간 갈등의 촉매제로 작용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식품 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제품 생산과 물류(배송)가 식음료 업계의 핵심 공정인 만큼 CU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이날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인 BFG로지스와 교섭을 통해 단체합의서에 잠정 합의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정식 조인식에서 합의서를 체결한 뒤 곧바로 주요 센터에 대한 봉쇄를 해제할 방침이다.
화물연대 측은 이번 교섭에서 운송료 인상과 휴무 확대, 손해배상 청구 금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전면 취소 등을 BGF로지스 측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는 BGF리테일과 BGF로지스의 직접 교섭을 촉구하며 지난 7일부터 파업에 돌입, 집회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CU의 일부 물류센터와 생산공장 등을 봉쇄하면서 상품 출고가 막혔다. 또 지난 20일에는 진주 CU 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 현장에서 비조합원이 운전하던 화물차가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치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기업이 하청업체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업무상 '실질적인 지시'를 할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확대된 것으로,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OEM'(위탁 생산) 생산과 물류 부문을 자회사로 둔 식음료 업계에서도 노란봉투법을 적용, 배송노동자들이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상미당홀딩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GFS라는 물류 자회사를 뒀는데, 상미당홀딩스 물류만 취급하고 있다. 현재 GFS가 운송 기사들과 자체적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상하고 있지만, 향후 원청 기업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 2지부 파리바게뜨지회는 2021년 원청인 상미당홀딩스에 배송 노선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운송 거부를 벌이기도 했다.
생산 설비를 갖추지 않고 주문자상표부착(OEM)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사들도 노란봉투법 사정권이다. 일부 제품 생산을 OEM업체에 맡기는 오뚜기와 팔도 등은 OEM업체에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경우 개입의 정도에 따라 노란봉투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원청 기업이 OEM업체의 업무에 개입한 정도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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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사건을 주로 맡았던 김영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생산 일정 등은 원청 기업이 당연히 관리해야 하는 일인데, 구체적으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작업 방식이나 시간 등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여겨지면 노란봉투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노란봉투법 이슈에 유의하면서 하청업체에 대한 지시감독권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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