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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스텝부터 꼬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산단'…입찰 기준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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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공사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심사기준을 자의적으로 변경하면서 특정 업체에 사업을 몰아주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H는 기존과 달리 입찰 기준을 더 까다롭게 하면서 특정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산단 조성을 위한 첫 단계부터 잡음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원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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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기존 2799억원 가능…실제 1.3조원 컷오프

LH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공사(1공구)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고를 20일 다시 냈다. 지난달 중순 입찰공고를 내고 최근까지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를 했는데, 이 심사에서 현대건설컨소시엄(현대건설)만 통과했다.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않아 재공고에 나선 것이다.


PQ는 본입찰을 진행하기 앞서 회사의 경영상태나 공사 수행능력 등 '참가자격'을 갖췄는지 미리 검증하는 단계다. 여기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컷 오프(Cut Off)'된다. 본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LH는 PQ 심사에서 평가기준금액을 전체 공사비에 준하는 1조3814억원으로 제시했다. 과거 이 정도 규모로 산단 부지조성 공사를 해본 업체만 입찰참가 자격이 있다고 조건을 내건 것이다.


PQ 심사에서 적용한 공사비 기준은 LH가 정한 내부 심사기준과도 배치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100만㎡가 넘는 단지조성공사의 경우 평가기준금액을 '공사 추정액×100만㎡/해당 공사 규모(면적·㎡)'로 하라고 돼 있다. 이 기준은 단서조항으로 명시돼 있어 다른 규정보다 먼저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적용하면 만점을 받기 위한 기준선은 2799억원 정도 된다. LH가 애초 제시했던 기준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LH는 "PQ 기준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업의 특성과 초대형 공사 규모를 고려한 필요조건"이라며 "국가계약법, 공사 PQ 기준 등에 따라 기준을 정하고 입찰공고 조건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LH의 PQ 기준 제14조는 '이 기준을 적용하기 곤란한 사항에 대하여는 입찰공고 조건 또는 현장설명서 등에 반영해 집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번 공사가 기준 적용이 곤란한 사항인지에 관해선 판단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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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기준 완화"

LH는 그간 이번 입찰 과정에서 적용한 PQ 기준이 원래보다 한층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번처럼 종합심사낙찰제 대상 공사가 아닌 경우 동일공사실적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 규모(또는 금액) 대비 '350% 이상'의 실적이 있어야 한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과거 공사실적이 5조원에 육박하거나 1700만㎡가 넘는 실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충족하는 건설사가 없는 만큼 공사비에 준하는 100% 수준으로 낮췄으니 입찰 참여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이 LH 측 설명이다.


그러나 PQ 심사에서 적격업체는 현대건설 한 곳뿐이다. 이번 재입찰에서도 해당 조건이 그대로 유지된 만큼 이 사업은 현대건설이 수의계약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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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입찰 외면한 LH

이번 사업을 두고 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LH가 PQ 기준을 금액으로 정한 것을 두고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산단부지 조성처럼 어렵지 않은 공사의 경우 그간 주로 면적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LH가 발주한 구리갈매역세권을 비롯해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 경산대임 공공주택지구 다 PQ에서 면적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사업 규모가 큰 경우 사업을 쪼개 발주하는 방안을 활용할 수도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공항(800억원), 항만(900억원), 교량(2400억원)을 따로 나눠 PQ 기준을 뒀다. 연안 일부를 매립해 활주로는 짓는 등 난도가 꽤 높은 공사임에도 PQ 기준이 용인 반도체 산단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서는 10개 업체가 PQ를 통과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4공구는 PQ 심사 만점 기준을 300%에서 100%로 완화해 PQ 심사에서는 25곳이 통과,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얻었다. 철도·도로 등 다양한 사회기반시설 입찰은 경쟁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입찰 참여 대상을 늘리는 쪽으로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업 방식이 책임형건설관리(CMR)여서 다양한 업체의 경쟁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CMR 방식은 발주처인 LH가 최종 낙찰자인 건설사와 설계를 다시 검토해 최적의 설계나 공법을 도출한다.


이번 입찰 과정을 두고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가계약법에서는 정부 입찰 계약의 경우 참가 자격을 제한할 때 적정하게 해야 하며 필요한 수준 이상의 준공 실적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정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행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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