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다르 카누리 글로벌 CTO 인터뷰
연료전지 25년 전문가…'수소' 강조해
금속 기반 중저온형 SOFC 상용화 앞둬
"인공지능(AI) 일으킬 전력 수요의 폭발은 상상 이상입니다. 이 흐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유일한 해법은 수소 연료전지뿐입니다."
스리다르 카누리 두산퓨얼셀 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시대를 견인할 에너지 해법으로 '연료전지'를 지목했다. 연료전지는 주로 수소를 활용해 전기와 열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발전기다. 배출물이 거의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AI 모델 학습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전이나 병목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누리 CTO는 "전력망이 과부하되지 않으면서도 지역 단위로 분산형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연료전지가 거의 유일하다"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기술적 종착점"이라고 강조했다. 연료전지는 냉장고나 컨테이너 크기 정도로 콤팩트하게 설계되는데, 이를 수요지 인근에 설치하면 송배전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2001년 UTC파워 입사 이후 25년간 연료전지 개발에 매진해 왔다. 두산퓨얼셀의 '기술 사령탑'이기도 한 그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미국 코네티컷주 집무실과 화상 연결을 통해 진행됐다.

지난 13일, 두산퓨얼셀과 미국 소재 ㈜두산의 자회사인 하이엑시엄(HyAxiom)의 기술 총괄을 맡고 있는 스리다르 카누리 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미국 코네티컷주 집무실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두산
제품군 넓힌다…소재 바꿔 효율도 개선
카누리 CTO가 최근 관심을 쏟는 사업은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다. 두산퓨얼셀은 2021년부터 전기 효율을 강화할 수 있는 SOFC 개발에 착수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SOFC는 전기 생산 효율이 뛰어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지만 800도 고온에서 작동해 내구성 확보가 어렵고 생산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컸다. 그가 주목한 건 SOFC 작동온도를 낮추는 것이었다. 카누리 CTO는 "세라믹 대신 금속 소재를 적용해 작동 온도를 620도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며 "기존 SOFC와 같은 효율을 유지하면서 내구성과 수명을 높인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SOFC는 전력효율이 높아 스마트팜이나 데이터센터, 자동차 등 모빌리티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산 기술이 가능한 건 두산퓨얼셀이 생산하고 있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 영향이 컸다. 200도 이하에서 작동하는 PAFC는 전기 효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열과 전기를 동시에 활용하는 열병합 발전에 적합해 병원이나 아파트 등 도심형 시설에 활용된다. 두산퓨얼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순수 수소를 연료로 한 대형 PAFC 발전소를 상업 운전하는 등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세계 시장과 비교했을 때 국내 천연가스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도심 열 수요가 제한적이라 PAFC만으로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카누리 CTO는 PAFC 원천기술을 보유한 UTC파워 시절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이끈 경험이 있다. PAFC 기술로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게 SOFC 개발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수소 연료전지가 대정전 혼란 막아
두산퓨얼셀은 '연료 혼합(Power Mix)'으로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순수 수소는 물론 천연가스와 혼합한 연료로도 운전이 가능해 현장 조건에 맞는 맞춤형 전력원을 설계할 수 있다. 카누리 CTO는 "특정 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라며 "이 덕분에 다양한 국가 및 산업 환경에 두산퓨얼셀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누리 CTO는 스페인 대정전 사례를 언급하며 수소 연료전지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전 상황에서도 수소 연료전지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큰 혼란을 막았다"며 "AI 시대와 같은 대규모 전력 수요 환경에서 수소 연료전지는 필수적인 기반 전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단순히 수소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치된 발전소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운영 효율과 유지보수를 최적화하는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발전소 성능을 분석하고 예측해 고객 맞춤형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미래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협업 시너지…원활한 사내 소통
카누리 CTO는 미국 소재 ㈜두산의 자회사 하이엑시엄(HyAxiom) 글로벌 CTO도 겸직하고 있다. 두산퓨얼셀과 하이엑시엄은 제품과 부품 단위별로 설계와 제작을 분담한다. PAFC의 기술개발은 한국에서, SOFC 시스템과 고분자 전해질막(PEM) 수전해 시스템의 기술개발은 미국에서 이뤄진다. 그는 "시차와 언어 장벽을 넘어 팀 간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정립했고 대형 부품 안전 운송을 위한 물류 프로토콜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은 정기적으로 사내 기술 세미나와 연구 발표회를 열고 미국·한국·유럽을 잇는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통해 엔지니어 간 지식 교류도 활성화하고 있다. 인재 양성을 위해 '두산 연강원'에서 사내 리더십 교육과 인턴십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카누리 CTO는 "어떤 프로젝트든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조직 역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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