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핵심 공약서 경제부처 개편 제외
집권 시 기재부 통한 재정 통제 방안 검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10대 핵심 공약에서 기획재정부 권한 분리를 골자로 한 경제부처 개편 방안이 제외된 것을 두고 정치권의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그동안 기재부의 과도한 권한 집중 문제를 지적하며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10대 공약에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셈법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10대 공약에서 경제부처 개편 방안이 제외된 배경으로 집권 이후에 기재부를 통한 국정 및 재정 통제 방안을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부처 분리를 통한 권한 쪼개기보다 기재부 체제를 유지하는 게 국정 장악에 더 실익이 크다는 해석이다. 실제 기재부는 예산 편성, 조세 정책, 국채 발행, 공공기관 관리 등 국가 재정 전반을 관할하는 '슈퍼부처'로 불린다. 이러한 권한은 국정 운영과 예산 배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통령이 이를 통해 국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기재부 1차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 2025년 추경예산 집행계획 등 발언을 하고 있다. 2025.5.8 조용준 기자
앞서 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기재부가 재정까지 틀어쥐어서 정부 부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며 권한 집중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대선 정책 공약집에 부처 개편 방안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누락되면서 이 후보가 기재부 권한 분리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재정과 연계된 정책 공약으로는 지역화폐 확대 등 일부 내용이 제한적으로 담겼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기재부 권한 분리 일환으로 검토한 '예산 기능의 대통령실 이관' 방안이 오히려 '권력의 비대화'를 부추겨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대선 국면에서 굳이 부각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민주당 내부서는 기재부 예산 기능을 독립 예산처로 분리하거나, 대통령실로 이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넘기고 대신 금융감독 전담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산을 기재부에서 대통령실로 옮기겠다는 것은 행정 권력의 막대히 강화하는 방안"이라며 "지나치게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우려해 정부 개편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 후보 선거캠프에서도 '안정'을 우선시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정권을 출범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개편 논의가 경제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세부 공약에 기재부 개편 등이 검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대선 이후로 개편 논의를 미루고 필요시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공개한 정책 공약에 정부 개편안 관련 사항은 현재 논의 중으로 구체적으로 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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