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구미하우스 남동완·조강현 수석매니저
촉탁 재고용제도에 퇴직 후에도 5년이상 현장근무

남동완 수석매니저(사진 왼쪽)과 조강현 수석매니저은 LIG넥스원 촉탁 재고용제도 심사를 거쳐 정년퇴직 후에도 5년이상 현장에서 K-방산 수출에 일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IG넥스원)
지난 12일 경북 구미시 LIG넥스원 구미 하우스에서 만난 조강현 수석매니저는 흡사 군(軍) 지휘관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L3동 2층 TMMR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200여명의 직원 한 명 한 명을 그는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핵심만 짚은 조언이 이어졌다. 그는 "통신 장비개발에만 있다 보니 라인별 생산공정에서 잘못된 점이 한눈에 보인다"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매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군 지휘관처럼 생산 현장 노하우로 진두지휘
조 수석매니저는 군용 통신업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우리 군이 최초로 사용한 휴대용 군용 통신 장비(PRC-999K)개발부터 지금의 위성통신 단말기까지 통신체계개발 전반에 관여했다. 군용통신분야에서 한우물로 46년2개월째 근무 중이다. 조 수석매니저가 LIG넥스원의 전신인 금성정밀공업과 합병한 금성전기에 입사한 것은 1979년 3월이다. 서울에 위치한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에서 전자과를 졸업한 그는 지인의 소개로 지원서를 썼다. 당시 국산 군용통신장비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기능직으로 현장만 1년6개월간 뛰어들었다. 사내 시험을 통해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하면서 야간에는 수원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다녔다. 근무지도 많이 바뀌었다. 용인, 판교, 안양, 오산, 구미 등 지역 연구소를 쫓아다니며 연구에만 몰두했다. 7만여대의 PRC-999K 통신장비가 군부대에 보급이 끝날 무렵 차세대 통신장비가 개발됐다. 휴대용 '차세대 군용무전기(TMMR)'다.
정년퇴직 후에도 3일 중 하루는 현장 근무
여전히 그는 통신장비 교체를 위해 직접 군부대를 방문하고 잦은 출장을 소화한다. 3일 중 하루는 전방부대 등 격오지를 찾아간다. 그는 "통신장비 교체를 휴대폰에 비유하자면 2G폰을 5G폰으로 모두 교체하는 작업"이라면서 "이 나이가 되도록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했다.
그의 올해 나이는 65세로, 2020년 12월 이미 정년퇴직했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근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2008년 사내에 도입된 촉탁 재고용제도 덕이다. 촉탁 재고용제도는 정년퇴직을 했지만 업무의 핵심을 담당하거나 노하우가 쌓인 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제도다. 'K방산' 수출을 고려하면 인재를 내보내기 아쉬웠던 기업 입장에서도 이 제도가 반가웠다. LIG넥스원은 2006년 인도네시아 PRC-999K 무전기를 처음으로 수출하면서 수출시장에 눈을 떴다. 이후 유능한 퇴직자를 1년 단위로 재고용했다. 퇴직하고 다시 재고용된 인원은 현재 34명이다. 이 중 9명이 LIG넥스원 구미 하우스에서 근무한다. 물론 LIG넥스원도 임금피크제가 있다. 56세부터 적용되며 60세가 되면 정년퇴직을 한다. 다시 채용된 직원들의 급여는 60세 퇴직할 당시 받았던 급여를 그대로 받는다.
재고용제도로 사내 최장수 직원 탄생
촉탁 재고용제도 덕에 최장수 근무직원도 탄생했다. 남동완 수석매니저가 그 주인공이다. 남 수석매니저는 LIG넥스원에 46년5개월째 근무 중이다. 회사의 50년 역사를 같이한 셈이다. 금성정밀공업에 1979년 1월에 입사한 그는 병역특례로 5년간 의무복무를 했고 사무직으로 전환한 경우다. 생산 전반에 대해 일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남 수석매니저 수첩에는 천궁 생산스케줄이 빼곡했다. 그는 "정년 연장이 되면 될수록 회사에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다"면서 "자재공급이 어려웠던 2019년 코로나 때도 생산라인 전체일정을 줄여 생산비 40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회의 시간에는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직원들이 생산공정마다 어려움을 이야기했지만 그의 전화 한 통화로 일정이 퍼즐처럼 다시 맞춰졌다. 회의를 마친 그는 구미 하우스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자재구매부터 납품까지 담당 부서에 그가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만큼 사내에서는 마당발로 통한다.
생산 전 과정 관리 노하우 누구도 못 따라와
그가 53세가 되던 2012년에 노사협의회는 퇴직 연령을 55세에서 58세로 늘렸다. 57세였던 2016년에는 정년을 60세로 다시 연장했다. 퇴직을 준비하던 중 정년이 거듭해 연장된 것이다. 퇴직 1년을 앞둔 2018년에는 그동안 쌓았던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 LIG넥스원은 군과 철매-Ⅱ 성능개량 양산사업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사내에서 남 수석매니저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생산관리 능력이 결국 협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촉탁 재고용 2년 차부터는 방산 수출이 이어졌다. 2022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촉탁 재고용 4년 차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촉탁 재고용 5년 차에는 이라크에 '천궁-Ⅱ(M-SAM)'을 줄줄이 수출하게 됐다. 남 수석매니저를 찾는 사람들은 많아졌다. 협력사는 물론 사내에 천궁-Ⅱ 생산 전 생산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노하우 있는 직원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는 데 시간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는 "무기체계가 발달하면서 과거와 달리 대형화, 시스템화가 되고 있어 진화된 생산관리에 대한 고민이 깊다"면서 "고참일수록 각 부서의 이견을 조율할 때는 더 많은 노하우와 지식을 보여줘야 하므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미=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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