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밑 '난로' 켜졌다…남극의 '숨은 변수', 대륙 향해 매년 1km씩 진격 중 [과학을읽다]
환남극 심층수 20년간 연 1.26㎞ 이동…"빙붕 기저 융해 가속 신호"
수십 년간 축적된 해양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극을 둘러싼 심해의 열이 대륙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빙붕을 아래에서 녹이는 '숨은 열 공급'이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수면 상승을 가속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공동 연구팀은 선박과 해양 관측 부유체 자료를 결합해 남극해 심층 구조를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극을 둘러싼(환남극) 심층수(Circumpolar Deep Water·CDW)가 지난 20년간 남극 대륙붕 방향으로 이동해 왔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28일(한국시간) 게재됐다.
2025년 연구선 팔코르호(R/V Falkor)에 탑승해 촬영한 남극 벨링하우젠 해의 모습. Laura Cimoli, University of Cambridge 제공
연구팀은 기존 선박 관측 자료와 전 세계에 분포한 부유식 관측 장비(아르고, Argo)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결합해 지난 40년간의 월별 해양 데이터를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남극 인근 상층 약 2000m 범위에서 따뜻한 해수층의 두께가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특히 CDW의 중심부는 연간 약 1.26㎞씩 남극 대륙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해당 해수층에 포함된 열량도 증가해 남극 빙붕 하부로 전달되는 열 공급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빙붕 아래에서 녹인다"…해수면 상승 핵심 변수
CDW는 남극 주변에서 빙붕을 아래에서 녹이는 주요 열원으로 꼽힌다. 이 물이 대륙붕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빙붕 기저 융해가 가속되고, 이는 빙하 붕괴와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에 "이번 연구는 장기간 공백이 있던 남극해 관측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결합해 심층수의 이동과 열 분포를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결과 자체가 빙붕 기저융해율과 해수면 상승 예측의 핵심 입력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현 서울대 교수도 "CDW의 대륙붕 유입은 서남극 빙붕 융해의 핵심 원인으로 이번 연구는 해수면 상승 전망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수온 상승' 자체보다는 따뜻한 물의 '분포와 두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제 열 공급 증가에 어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측 공백 여전…"극지 장기 관측망 구축 시급"
남극해는 접근이 어려워 장기 연속 관측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 관측망도 위도 65도 이남이나 2000m 이하 심층, 빙붕 하부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해빙을 회피하는 극지형 아르고(Polar Argo), 6000m까지 측정 가능한 딥 아르고(Deep Argo), 자율무인잠수정(AUV) 등 차세대 관측 기술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극지 현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 위험 신호라고 강조한다. 남극 빙붕의 붕괴는 해수면 상승을 통해 전 세계 해안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 안 사면 후회할걸"…장관까지 등판해 '빨리...
이 책임연구원은 "해양은 인류가 배출한 열의 약 90%를 흡수해 온 거대한 저장고"라며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결정이 수백 년 뒤 해수면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정책적 시사점도 크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