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 쓰는 관세史
트럼프, 야만의 도박 결과 두려워할 줄 알아야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 법안으로 꼽힌다. 2만여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라는 전례 없는 관세율을 적용한 것인데, 공화당 상원의원인 리드 스무트와 하원 의원 윌리스 홀리가 추진을 주도해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1028명의 경제학자가 청원서를 내고 은행가들이 나서 부작용을 경고했지만, 브레이크는 작동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으로서 갖추게 된 강한 산업 생산력을 등에 업고, 불황에 빠진 농업과 추락하는 농산물 가격에 보호무역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1차 산업 기반 지역 의원들의 지지 끝에 하버트 후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며 1930년 6월 발효됐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영국은 영연방 국가들과 특혜 무역 체제를 구축했고, 캐나다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관세를 높였다. 1929년에서 1933년 사이 미국의 수출 3분의 2가 날아갔다.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대공황이 심화하자,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1934년 미국은 상호무역협정법을 제정해 관세 인하 협상을 시작했고,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 등이 스무트-홀리 관세법 실패를 딛고 탄생했다.
여기까지가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이전, 가장 강력했던 관세의 역사다.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날마다 새로운 관세사(史)를 쓰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 페이지가 열린다. 그 계산법이 조악하고 정도를 예측하기 힘들어 전 세계가 무력하다. 특히 최근 격화하는 중국과의 관세 전쟁은 양쪽 모두 이성을 잃은 도박판이다. 숫자는 34%에서 시작해 몇 차례 '묻고 더블로 간' 결과 125%까지 불었다. 미국은 중국 외 국가의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내일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기구는 유명무실해졌고, 이제는 '예측과 준비와 대응'이라는 교과서적 방법으로 손 쓸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우리는 과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발판 삼아 기회를 만든 기억이 있다. 일본 자동차에 168만대의 수출 상한선을 둔 자발적규제(VER)의 공백을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포니 엑셀로 메꿔나갔고, 이를 글로벌 시장 도약의 계기로 삼았던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일본 역시 고급 차 수출 전략을 채택하며, 렉서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초연결 시대에, 지금의 관세 전쟁은 모두의 기회를 빼앗아 미국에 몰아주려는 시도가 될 공산이 크다. 관세법의 파장은 항상 즉각적이고 광범위했으며, 상흔이 깊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격은 분명 언젠가 멈추겠지만, 그사이 살아남지 못한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누군가는 파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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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메소포타미아 도시 간 교역 통행세에서 시작했고, 체계상으로는 고대 로마의 포르토리움(Portorium)을 시초로 하는 '문명'의 흔적이다. 평균 59%의 관세로도 공화당은 36년의 집권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야만의 도박이 불러올 결과를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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