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관세' 압박
올해 착공…2028년 양산 목표
애리조나주에만 400억달러 투자 계획
첨단 패키징 공장 설립 계획도 검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내년 중순 미국 애리조나주에 제3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며 올해 착공에 돌입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의 영향으로 착공 속도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로 예상되는 착공식에는 미국 주요 관료들을 초청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의사를 밝힐 계획이다. 또 미국에 첨단 패키징 기술(CoWoS)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지사 간부와 별도의 회의를 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22년 애리조나주 제1공장, 제2공장에 이어 제3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TSMC는 올해 제3공장 건설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TSMC는 제3공장을 건설하는 데 약 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3공장은 2027년 초 시험 생산을 시작해 2028년에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당초 발표된 것보다 1년 반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이번 결정은 TSMC가 미국 정부의 압박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내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첨단 공정 및 패키징 기술을 미국에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간 미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자국 내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해 TSM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압박해왔다. TSMC 이사회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미국 출장 중 TSMC 미국 지사의 정부 관계 부서와 백악관 간 소통을 거쳐 회의에서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4월 초 맞춤형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등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의향을 재확인하면서 "우리는 반도체가 우리나라(미국)에서 제조되도록 해야 한다"며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을 가져갔다. 우리는 그 사업이 돌아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TSMC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앞서 TSMC는 제3공장 건설을 포함해 애리조나주에만 총 400억 달러(5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애리조나 공장에 대만 직원을 추가로 파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내 단일 지역에 대한 최대 규모의 투자다. 이번 결정 역시 TSMC가 첨단 공정의 미국 진출을 가속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TSMC는 공장 착공식에 미국 주요 관료들을 초청해 미국 투자 확대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초청 작업은 몇 달 내에 진행될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이 행사가 올해 6월에 열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TSMC가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TSMC는 "응답하지 않겠다"며 "모든 것은 회사의 공식 발표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TSMC의 제2공장은 주요 공장 건물 공사를 완료했으며, 현재 내부 클린룸 및 전기 기계 통합 공사를 진행 중으로 내년 1분기 말까지 장비를 이전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시험 생산을 시작하고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앞서 TSMC는 이 건설 계획을 패키징 기업인 앰코어와 패키징·테스트 전문 기업 ASE에 위탁했다. 앰코어는 이미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제출했지만, ASE는 아직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 지안 융상 기자/ 번역=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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