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외화대출 잔액, 1년새 15%↑
원화 환산해 위험노출액 산정
환율 오르면 원화 환산액 커져 자본건전성에 영향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건전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외화대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었는데, 환율까지 상승장이 열리면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확대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87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85억2200만달러) 대비 2억5000만달러 늘었다. 1년 전(75억7400만달러)과 비교하면 15.8% 증가했다. 전일 기준 한화로 환산하면 1조7320억4720만원 늘어난 규모다.
외화대출은 은행이 달러·엔화 등 외화로 융자를 해주는 제도다. 주요 대상은 대부분 수출입 기업이다. 1년 사이 외화대출이 늘어난 것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환율이 오르면서 수출입 기업의 수입대금이 늘어나자, 부족분을 은행 외화대출로 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수요도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고환율 시기에 외화대출이 늘어나면 은행 건전성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대출은 차주 신용도 등 위험가중치를 부여해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정한다. 외화대출도 마찬가지인데, 외화대출은 원화로 환산한 금액을 기초로 한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도 늘어나기 때문에 RWA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BIS), 보통주자본비율(CET1) 모두 위험가중자산을 근거로 하고 있다. RWA가 늘면 은행의 자본비율이 하락해 건전성도 악화하는 구조다. 4대 금융지주들은 CET1을 13% 이상으로 관리해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권은 아직까지는 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 이후 관세 압박 등 환율이 올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는 시기에는 외화대출이 급격하게 늘면 익스포저가 커질 수 있다"며 "외화대출 규모나 달러 비중을 점검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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