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0주년 기념 '농심라면' 재출시
패키지부터 과거 향수 일으켜
국내산 소고기와 쌀로 쫄깃하고 깊은 맛
"1984년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와서 끓여 먹던 라면인데, 이게 다시 나왔어? 반갑네."
추억의 '농심라면'을 발견한 가족들의 반응이다. 농심라면을 처음 접하는 기자와 달리, 가족들은 조금 들뜬 표정으로 라면을 먹었던 추억들을 회상했다. 창립 60주년과 함께 다시 돌아온 농심라면. 과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재출시하는 최근 식품업계 트렌드를 반영한 추억의 라면을 직접 먹어봤다.
1975년 출시된 농심라면은 지금의 '농심'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당시 '롯데공업'이었던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만큼 큰 인기를 끈 제품이기 때문이다. 농심의 대표 라면이 된 '신라면'을 포함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1980년대 중반 자취를 감췄지만, 농심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라면인 셈이다.
제품 패키지부터 과거의 향수를 불러들이는 요소를 적용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50년 전 광고 카피를 그대로 담은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당시 원로 코미디언인 구봉서 씨와 곽규석 씨가 "형님 먼저 드시오, 농심라면", "아우 먼저 들게나, 농심라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CF를 찍어 화제가 됐는데, 중장년층은 봉지만 보고도 해당 광고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모습이다.
농심라면은 1봉지당 4개의 라면이 들어있으며 라면은 면과 수프 3가지로 구성됐다. 수프는 비법 수프와 후레이크 외에 '풍미가득 후첨분말'이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법 수프와 후레이크는 끓는 물에 라면과 함께 넣어주고 다 끓고 나면 후첨분말을 넣어 잘 섞어 먹는 방식이다.
4분30초를 끓여주라고 했지만 꼬들꼬들한 면을 좋아하는 기자는 4분 정도 끓인 후 그릇에 옮겨 담았다. 면은 신라면과 거의 유사했고 고기 등 건더기가 타 라면에 비해 크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계란 지단도 큰 크기로 푸짐하게 들어갔다.
첫입을 먹고 느낀 점은 '호불호가 없겠다'는 점이었다. 취향과 관계 없이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맛과 식감이었다. 가족들도 "예전보다 맛있다"라는 평가를 남겼다. 농심 연구개발(R&D)가 보유하고 있던 당시 레시피를 기반으로, 최근 소비자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결과다.
'맵찔이'인 기자에게 최근 유행하는 매운 라면은 부담이었는데, 신라면보다 조금 덜 맵지만 깊은 맛의 국물은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제격이다. 한우와 채수로 시원한 소고기국물 맛을 구현했다는 제품 설명에 맞게 실제로 얼큰한 국밥도 연상됐다. 후첨스프의 역할도 톡톡했다. 후첨 수프 봉지를 뜯자마자 맡았던 매콤한 향이 국물에 잘 우려져 감칠맛까지 끌어올렸다. 면발 자체도 훨씬 쫄깃하고 탄력이 있었다. 밀가루 외에 국내산 쌀을 첨가해 씹는 다양성을 증폭시켰다.
다만, 오히려 국물이 깊어 개인 선호도에 맞게 수프 양이나 물량 조절은 필수인 듯싶다. 싱겁게 먹는 기자는 물을 정량보다 조금 더 넣어 먹으니 입맛에 딱 맞았다.
농심 관계자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농부의 마음'이라는 농심 사명 의미를 되새기고, 맛있는 음식으로 주변과 따뜻한 정을 나누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과거 농심라면을 기억하는 세대에겐 추억을 선물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복고풍의 새로움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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