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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 全 라인업" 꽃놀이패 쥔 현대차…글로벌 1위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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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오버 더 모빌리티](4)
현대차그룹, 2018년 5위→2022년 3위까지
현대차·기아, 업계 최고 영업이익률
낮은 고정비로 원가 경쟁력 확보
폭스바겐·닛산 등 中·美서 부진 기류
현대차그룹 순위 상승 기대감 높아져

편집자주[현대차, 오버 더 모빌리티]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혁신 비결을 정리한 콘텐츠입니다. 예로부터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국가가 글로벌 경제의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제조업의 꽃인 자동차 산업은 기술 발전과 수출, 고용의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과거 현대차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였다면 이제는 산업을 이끄는 선두 주자(first mover)로 부상했습니다. 글로벌 취재 현장에서 느낀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주소를 그대로 전달해드립니다. 연재는 40회 이후 서적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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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1위에 오를 겁니다."(2023년 4월, 삼성증권 리포트)


2023년 4월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증권사 리포트가 있었다. 자동차 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위원이 내놓은 ‘2026년, 글로벌 1위 업체가 바뀐다’는 제목의 리포트다. 주된 내용은 현재 업계 1·2위인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는 사이 3위인 현대차·기아가 미국과 인도에서 판매로 돌파구를 만들어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시 업계에선 이 주장을 생소하게 받아들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슬기롭게 넘긴 현대차그룹이 3위에 오른 것 만해도 놀랄만한 일인데, 도요타와 폭스바겐을 제치고 1위에 오른다니.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기업 성공을 이끄는 건 사업 확장의 기세다. 아무리 글로벌 1위 업체로서 공고한 벽을 쌓아놨더라도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 증가율이 정체돼있다면 왕좌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2023년 당시 현대차그룹의 재무 실적은 3년 연속 신기록을 세우면서 무서운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임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현대차그룹이 고성장하던 시기라 (2026년 1위가)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며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가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두고 현대차그룹 밸류체인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2025년 현 시점에서 본 전망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임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1위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도요타의 중국 판매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은데다 전기차 캐즘의 장기화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시점은 1~2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도 당장 2026년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판매 1위에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은 2년 전 리포트에서 언급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로컬 전기차 업체들이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판매에서 중국 비중이 높은 도요타, 폭스바겐, GM, 닛산 등 거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1위 달성은 혼자서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경쟁사의 부진이 수반될 때 최종 순위가 결국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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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서 현대차그룹의 현주소

2025년 1월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양적 성장을 의미하는 글로벌 판매 대수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건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고성장에 힘입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던 2015년(801만대)과 비교하면 2024년 글로벌 판매 대수는 723만대로 오히려 10%가량 줄었다.


하지만 글로벌 순위 상승과 판매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을 보면 성장세는 놀랄 만큼 가파르다. 코로나 팬데믹, 반도체 공급 대란 등을 겪으면서 경쟁사들 판매 대수가 더 크게 줄면서 현대차그룹의 판매 순위는 자연스레 올라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가 가공한 마크라인즈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순위는 2020년 5위에서 2021년 4위, 2022년에는 3위까지 올라왔다. 2023년에도 730만대를 판매하며 3위 자리를 유지했으며 2024년에도 723만대 수준으로 2위 폭스바겐(903만대)과 격차를 좁히면서 무난하게 3위를 달성할 전망이다. 다만 2025년부터는 닛산-혼다의 합병 등 완성차 업체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5위권 내 업체들 사이에 상당한 변동이 예상된다.


판매 순위보다 중요한 건 매출과 영업이익 같은 실적 지표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박리다매(薄利多賣)’였다. 과거엔 낮은 이익률로 많은 차를 파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전체 판매 대수는 줄더라도 대당 단가를 높이는 고수익 전략을 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봐도 대당 단가가 훨씬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벤츠, BMW 등)와 견줄 수 있을 정도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이 번 돈에서 실제 이익을 얼마나 남겼는지를 알려주는 비율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자.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 기준 10개의 완성차 업체(기아, 도요타, 벤츠, BMW, 현대차, GM, 테슬라, BYD, 포드, 폭스바겐) 중 기아의 영업이익률이 12.4%로 가장 높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비싼 차를 파는 메르세데스-벤츠(9.7%), BMW그룹(9.1%)을 넘어선 것은 물론, 전기차만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테슬라도 가볍게 제쳤다. 수익성 측면에서 이미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1위로 봐도 무방하다. 2024년 1~3분기 누적 기준 도요타그룹의 영업이익률이 10.4%, 현대차그룹은 10.2%로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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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비결

대중(mass) 브랜드로서 현대차·기아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업계에서 독보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인 기아의 선전이 돋보인다. 기아 수익성의 비결은 낮은 고정비에 따른 원가 경쟁력이다. 그동안 내연기관 차량에 쏟아부었던 개발비, 설비투자 등 비용의 상각 기간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내연기관차는 팔면 팔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에 접어들었다. 자동화·정보화에 따른 해외공장 인건비도 하락하면서 기아의 고정비는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다만 전기차의 낮은 수익성이 문제다. 기아 는 하이브리드라는 징검다리를 활용해서 전기차 전환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HEV, PHEV 포함), 전기차까지 자체 기술로 모든 포트폴리오를 갖춘 유일한 완성차 업체다. 도요타는 전기차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고 폭스바겐은 하이브리드 선택지가 없다.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보다 수익성은 높은데다 내연기관차보다 10~20% 비싸게 팔 수 있다. 게다가 2024년 상반기부터 배터리 팩 가격도 전년대비 50% 넘게 하락하면서 기아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아의 2024년 1분기 기준 대당 매출원가는 2만500달러로 BYD의 2만1700달러보다도 낮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동급 차종 기준 20% 이상 비싸게 팔린다. 국내 시장에 출시된 BYD 소형 전기 SUV 아토3 시작 판매 가격은 3150만원이며 기아의 동급 모델인 EV3는 3995만원 수준이다.


기아 EV3(사진 왼쪽)과 BYD의 아토3. 각 사 홈페이지

기아 EV3(사진 왼쪽)과 BYD의 아토3. 각 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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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위’ 폭스바겐의 몰락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글로벌 판매 순위 2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선전도 있지만 현재 글로벌 2위를 기록 중인 폭스바겐그룹의 부진 요인도 크다. 반도체 공급 대란의 여파가 절정에 달했던 2022년 폭스바겐그룹(2위·826만대)과 현대차그룹(3위·684만대)의 격차는 140만대 수준까지 좁혀졌다. 2024년 기준 격차는 180만대 수준. 이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380만대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2020년 폭스바겐그룹은 코로나 여파와 반도체 공급 대란이 겹치면서 한 해에만 167만대(15%) 넘는 판매량 감소를 나타낸 적도 있다. 시장에 충격이 올 만한 대형 변수가 발생한다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 정도는 언제든지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순위가 뒤바뀔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격차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은 창사 이래 88년만에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으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 결국 그룹의 본진인 독일에서 생산 능력과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2030년까지 독일 근무 직원의 약 30%(3만5000명)를 줄이기로 했으며 상대적으로 소규모 공장인 오스나브뤼크, 드레스덴 공장을 자율주행센터로 전환하거나 매각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 그룹의 독일 내 생산 능력은 연간 73만4000대가 줄어들게 된다.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에서 전기차 ID.3를 만드는 모습. 폭스바겐그룹 제공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에서 전기차 ID.3를 만드는 모습. 폭스바겐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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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까지 글로벌 완성차 판매 1위를 기록했던 폭스바겐그룹의 몰락 원인은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완성차 판매 시장이자 전기차 수요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시장이다. 폭스바겐도 중국 시장의 변화에 대비해 빠르게 전동화 전환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BYD, GAG(광저우자동차), 샤오펑, 니오 등 중국 로컬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또 다른 주력 시장인 유럽 시장도 전동화 속도를 늦추면서 폭스바겐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현대차나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로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지만 내연기관과 전기차,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폭스바겐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임 연구원은 "폭스바겐그룹이 중국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데다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어서 이제 와서 내연기관차를 개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은 2024년 중국에서 293만대를 팔았다(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두 포함). 이는 전년 대비 9.5%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30% 이상 급감했다. 2023년 기준 폭스바겐그룹의 글로벌 판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36%), GM(34%), 테슬라(33%) 등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업체일수록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 비중이 4.4%에 불과하다. 글로벌 판매 1위인 도요타(19.8%)와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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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기차 강자' 닛산도 부진

폭스바겐그룹뿐만 아니라 닛산-혼다 동맹의 합병 시기도 현대차 그룹 순위 변동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혼다와 닛산이 합병하면 글로벌 판매량 지표로는 현대차그룹과 3위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단순 합산으로는 2023년 기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730만대, 혼다-닛산-미쓰비시 동맹은 813만대를 팔았다.


하지만 닛산은 물론 혼다도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닛산은 2010년 세계 최초의 양산 전기차 리프를 출시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가져가진 못했다.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배터리 기술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에 밀렸다. 닛산의 지난해 4~9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결국 글로벌 고용 인원의 약 7%에 달하는 9000만명을 해고했다. 일부 공장을 폐쇄하면서 글로벌 생산 능력도 20% 줄였다.


하지만 위기감을 바탕으로 이뤄진 합병은 졸속인데다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냉정하게 말해 현 시점에서 혼다와 닛산 그리고 또 다른 동맹인 미쓰비시까지 모두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닛산의 부흥기를 이끈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양사는 같은 분야에서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어 비즈니스상 보완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산업의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합병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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