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연인과 보내는 명절
혈연 중심 가족 문화 약해져
"오늘부터 연차예요.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랑 특별 전시 구경 왔어요."
최근 명절 연휴에 고향 방문 대신 해외여행, 동호회 등 개인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약해지고, 새로운 사회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김하라씨(34)씨는 "평소 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있었는데, 연휴 기간 특별 전시가 열린다길래 어제 급히 시간 맞는 사람들끼리 왔다"며 "오늘부터 일주일간 휴가인데, 고향에 갈 계획은 없고 관심 있던 전시회와 예쁜 카페를 돌아다니며 간만에 휴식을 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에 '고향 또는 가족, 친척을 방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42.7%로 절반 밑이었다. 반면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40.3%), '국내·해외 여행을 떠난다'(12.5%), '자기 계발·친교·여가활동을 한다'(3.6%)라고 응답한 비율은 모두 56.4%로 나타나, 상당수가 연휴 기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개인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 연휴에 누구와 시간을 보낼 계획이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직계 가족과 함께'(55.2%)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친구·연인·지인'(9.1%)과 '혼자'(7.1%)라고 응답한 비율도 낮지 않았다. 노량진 고시촌과 학원가는 연휴 기간에도 취업 준비와 수능 공부로 집에 남아 시간을 보낸다는 이들로 붐볐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차례나 성묘는 둘째치고 요즘엔 예전처럼 대가족 형태가 거의 없다.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함께 모이는 친지도 많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문화적으로는 혈연관계로 묶인 가족보다 취향이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가족으로 수용되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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