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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트럼프 첫 TV토론 격돌…90분간 경제·낙태·이민 설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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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트럼프 부자감세…독재자와 친해"
트럼프 "바이든 인플레이션 美 경제 파괴"
시청자 63% "해리스가 잘해"

오는 11월5일 미국 대선을 정확히 8주(56일) 앞두고 10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TV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무역, 이민, 낙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6월 TV 토론에서 완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된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토론에서 두 후보는 물가와 경제 문제를 시작으로 핵심 쟁점마다 정면충돌했다. 두 후보가 지지율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고, 현재로선 추가 토론 일정이 잡히지 않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경우 만회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 양측은 배수진을 치고 팽팽한 공방을 이어갔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은 이날 경합주 가운데서도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관으로 열린 TV 토론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청해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90분간 토론에 들어갔다.

미국 시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간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국 시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간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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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은 토론을 '미래와 과거의 대결' 구도로 몰고 가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민주주의 위협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였으나, 인종, 이념 문제를 끌고 와 거친 공세를 퍼부었다. 두 후보는 상대방에게 '거짓말' '재앙' '최악' 등 거친 언사를 퍼부으며 공격했다. 이번 토론의 주요 규칙 중 하나인 발언 시간 외 '음소거'를 활용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중 고개를 젓는 등 몸짓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경제 격돌…해리스 "나는 중산층" vs 트럼프 "바이든 경제 파괴"

두 후보는 먼저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문제를 놓고 맞붙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임을 강조하며 성공한 사업가로 널리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4년 전보다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더 나아졌느냐는 첫 질문에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며 자녀 세액공제와 중소기업 지원 등 '기회의 경제'를 약속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 가정을 위해 자녀 세액공제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아동 세제 혜택으로 연간 최대 6000달러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중산층 자녀로 자랐고 이 무대에서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를 실제로 도울 계획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에 대해서는 날 선 공격을 이어갔다. 해리스 부통령은 관세를 "트럼프 부가세"로 지적하면서 "그가 중소기업과 중산층의 생활을 악화시키고 억만장자의 세금을 감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가 싫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없앴어야 했다"면서 자신이 재임 기간 부과한 대중 관세로 미국이 중국에서 수십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 시절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며 "내 임기에서는 지금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없었다. 그들은 경제를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에게 "마르크스주의자"라며 "그녀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며 그녀를 잘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아버지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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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거짓말' 공방…불법 이민 '음모론'까지 거론

두 후보자는 낙태 문제에서도 정면충돌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것과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선출되면 다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트럼프는 여성의 몸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선 안 된다"며 "낙태권 회복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는 거짓말"이라며 "낙태는 이제 연방정부가 아닌 국민의 몫이며 주 차원에서 결정한다. 내 입장은 중요치 않다"고 반박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해서도 맞붙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과 해리스가 불법 이민자들을 미국에 들여왔다"며 "이들은 미국인들이 차지하는 일자리를 빼앗았고 수많은 범죄자도 함께 들어왔다. 이는 미국 경제에 큰 손실을 낳고 있다"고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에 맞서 초당적 국경 안보 법안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부 의원들에게 법안을 폐기하라고 설득한 탓에 통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허술한 국경 정책을 들먹이며 해리스 부통령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 심지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ABC 사회자는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제지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주장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기소가 된 사람이 이런(범죄) 얘기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했다. 또 1·6 의사당 폭동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수사는 정치적 '표적 수사'라며 유세 현장에서 암살 위협을 당한 것도 해리스 부통령의 선동 발언 탓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극우 정책을 담은 것으로 평가받는 미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해 만든 정책 제언집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도 맹공을 이어갔다. 앞서 그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We're nor going back)"이라며 프로젝트 2025를 비판해왔다.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청사진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난 프로젝트 2025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나랑 관계없는 사람들이 만든 아이디어"라고 선을 그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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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트럼프는 독재자와 친해" vs 트럼프 "이란 테러는 바이든 탓"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자신을 지지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어려움을 겪는 권위주의 국가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외교 경험이 없다는 점은 해리스 부통령의 주요 약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들과 친하다는 점을 내세워 역공했다. 그는 "전 세계 독재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 아첨과 호의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 정상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웃는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면서 날을 세웠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도 주권과 존엄성을 가지고 생활하도록 보호해야 한다. 즉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을 싫어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중동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내 임기 중 이란의 자금줄이 끊겼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느슨한 정책 덕에 이란은 3000억달러의 자금을 비축했고, 이 자금으로 테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부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와 잘 아는 사이기 때문에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선인으로서 24시간 내 바로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토론 도중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수차례 소환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을 부통령으로써 함께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조 바이든이 아니다"라며 "나는 우리나라를 위한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라고 반박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미래와 과거의 대결' 구도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은 미국에 대한 두 가지 다른 비전을 들었다. 하나는 미래, 하나는 과거에 초점을 맞췄다"며 "과거로 돌아가려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회 경제'를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투자, 가족 복지, 물가 안정 등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여러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부통령으로 재임하며 왜 이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을 비웃는다. 유권자들도 해리스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 때문에 수백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 여러분은 사상 최악의 대통령, 부통령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빙 구도 깨질까…시청자 63% "해리스가 더 잘해"

이번 토론은 현재 초접전 양상인 미 대선 판도 속에 유권자의 표심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8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8%, 47%로 박빙을 이뤘다.


여론조사 기관 SSRS가 실시한 CNN 토론 시청자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날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의 63%가 해리스 부통령이, 3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고 답했다.


토론 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50대 50으로 나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토론에선 유권자 6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것과도 반대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번째 토론에서 우위를 점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활용하는 검사의 수완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도발하고 균형을 잃게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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