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직접 연락할 수단 없어 신고"
검찰 송치됐으나 '무혐의' 처분 받아
한 남성이 무인 매장에서 실수로 4000원을 결제하는 걸 잊었다가 검찰에 송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6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거울을 보다 깜빡하고 계산하지 않은 채 나가는 실수로 검찰에 송치된 A씨의 사연을 전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골라둔 아이스크림 계산을 위해 바코드를 찍고 아이스크림을 봉지에 담고 난 뒤 거울을 보다 결제를 마치지 않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며칠 후 A씨 집으로 강력계 형사 2명이 찾아왔고, 그제야 A씨는 자신이 절도범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경고도 없이 바로 그냥 이렇게(신고를 하나). 까먹은 거다. 여기 1~2년 이용을 했다. 황당하다"라고 토로했지만, B씨는 "누군지 알고 저희가 가져간 사람한테 연락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B씨는 "그 동네에서 한두 건이 아니다. 200만~300만원어치씩 가져간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며 "2년 동안 450회 정도 방문했고, 90만원 이상 써왔다. 사장님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했던 적도 있고, 계산하지 않은 날 다음 날에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아이스크림을 사 갔다"라고 억울해했다.
A씨는 4000원을 입금하며 "CCTV 캡처를 붙여놓거나 카드사를 통해 연락하거나 직접 만날 때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워했다. B씨는 "단골이라고 해서 감사하긴 했지만, 저희도 마음고생 많이 했다"며 "신고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어느 날 경찰한테 전화가 걸려 왔다. 경찰은 "왜 OO아이스크림 가서 계속 그러냐"라고 물었다. A씨가 "저는 합의하라고 하셔서 제가 연락한 거다"라고 답하자 경찰은 "언제 합의하라고 했어? 그건 본인들이 알아서 하라고 했지. 이상한 소리 하네"라고 말했다.
A씨가 "제가 4000원을 줘야 할 거 아니냐"라고 말하자 경찰은 "원래 피해자한테 그렇게 가면 안 되는 거 몰라요? 그거?"라고 되물었다. A씨가 "몰라서 그렇다"라고 답하자 경찰은 "내가 그랬죠. '몰라서'라고 얘기하지 말라고. 기본, 초등학생도 아는 내용이라고 했죠?"라고 나무라듯 말했다.
이어 경찰은 "절도는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 처벌받게 돼 있다"라고 설명하며 해당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 점주가 '기분 나빠 신고한다'고 하니 불편한 행동 하지 말라"라고 경고했다.
이후 A씨는 CCTV 영상과 결제 명세 등 증거 자료와 의견서를 정리해 검찰에 제출했고, 절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해당 가게에서 '많은 횟수에 걸쳐 상품을 구입하고 결제한 명세'가 있는 점, 가져간 물건의 가액이 4000원에 불과하여 훔쳐 갈 이유가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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