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투자처 각광 발행 앞두고 문의 쇄도
희망 증권사 늘고 정부 발행한도 증액 검토
미래에셋증권 디지털투자상담센터는 최근 밀려드는 개인투자자들의 문의로 정신이 없다. 이곳은 정부가 오는 20일 첫 발행하는 '개인투자용 국채'의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고정 이자수익에 대한 관심이 지속하면서, 만기까지 보유하면 각종 금리·세제상 혜택을 주는 '신상 국채' 매입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채권 매수세가 강해진 흐름을 타고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도 호조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대형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일어났던 자산가격 거품이 꺼진 2022년부터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부터 저성장기에 사회에 진출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까지 가릴 것 없이 개인들이 채권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며 "이런 시장상황 속에서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관심이 벌써 뜨겁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들은 19조9898억원(지난 7일 기준)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인기가 높아지자 국채 매매 라이선스(판매대행)를 희망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나름의 수요조사를 마친 증권사들이 앞다퉈 라이선스 신청에 나서면서 지난 2월 진행된 공개입찰 분위기도 후끈했다"면서 "현재 단독으로 판매를 대행하는 미래에셋증권 외에 추가 라이선스 승인을 원하는 판매사(증권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개인투자용 국채의 발행 한도를 높이고 판매대행기관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10년물 1000억원·20년물 1000억원 등 총 2000억원 발행을 시작으로 올해 전체로 1조원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도 발행 한도를 증액하는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실무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내년도 국고채 발행 규모가 확정되는 대로 시장 상황을 봐서 발행 규모를 확대하고 판매대행기관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가장 큰 장점은 두 가지다. 일반 국채는 시중금리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원금이 보장된다. 국가가 부도가 나지 않은 이상 원리금을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에 안정성은 오히려 은행 예금보다 높다. 금리 또한 만기까지 보유하면 표면금리, 가산금리에 연 복리 적용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연수익률 3.540%짜리 개인투자용 국채 20년물을 1억원어치 매입할 경우 만기가 도래한 20년 뒤 투자금의 108%인 2억7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의 1억원이 20년 뒤 2억780만원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50%가 향후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현재의 1억원은 2044년 1억5000만원과 같은 가치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만기 후 예상 수익은 5780만원인 셈이다.
절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입액 2억원까지 이자소득이 14%로 분리과세 돼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 세금제도에서 국고채는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 넘게 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2000만원 초과한 부분에 대해 근로·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돼 누진세율(6~45%)이 적용된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분리과세 혜택은 높은 과세표준 구간에 있는 고소득자일수록 유리해 이들에 대한 투자 유인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반 국채와 달리 개인투자용 국채는 시장 내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유동성 한계 탓에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살림이 팍팍한 서민, 중산층에게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용 국채가 고액 자산가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내 증권사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중 유통이 안 되는 채권이다 보니 급전이 필요한 투자자가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없어 고소득자가 아니면 개인투자용 국채 상품은 사실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강남 부자들이나 고액자산가 중에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 위주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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