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심 뒤집고 징계 사유 중 2개 인정
하나금융 "그룹 내부통제 효과적 작동 노력"
함 회장, 내년 3월 임기 만료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금융당국에서 받은 중징계 처분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심 판결이 뒤집히며 함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정비 시간을 벌게 됐다. 금융당국은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 등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김무신·김승주)는 29일 함 회장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장경훈 전 하나카드 사장도 승소했다. 다만 하나은행에 대한 일부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DLF 중징계 취소'…당국 "상고 여부 검토"(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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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은 함 회장에 대해 “최종 감독자로서 책임을 부담하는 점은 인정된다”라면서도 “1심과 달리 일부 징계 사유만 합당하다고 인정돼 피고 측이 새로 징계 수위를 정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불완전 판매 관련 내부 통제기준 마련 의무 중 일부만 인정되므로 기존 징계보다 낮은 수위의 처분이 합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내부 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관련 처분 사유 10개 중 2개만 인정했다. 1심은 7개를 인정했었다. 2심에서 인정된 징계사유는 ▲기존 투자자 정보 활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내규상 별도로 설정하는 내부통제기준 마련하지 않음 ▲투자자성향 등급 산출 결과를 고객에게 확인받는 절차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하지 않음 등이다. 나머지 처분 사유는 명확성·예견가능성 등 부족으로 내부 통제기준 마련 의무 자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거나, 내부 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 봐야 하는 사유로 봤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검사 방해 행위는 1심과 달리 적극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불완전 판매 자체 점검자료 삭제, 금융사고 미보고, 검사자료 허위지연 제출 행위 등으로 금감원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검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하나은행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게을리해 불완전 판매를 야기한 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했다. 프라이빗뱅커(PB)에게 상품 안내를 소홀히 해 불완전 판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은 DLF의 수익과 위험에 관해 균형을 상실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이에 따라 PB들 역시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손실 위험이 없다는 점만을 강조, DLF를 판매해 광범위한 불완전 판매 사태가 유발됐다”고 판단하며 하나은행의 금융위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DLF 중징계 취소'…당국 "상고 여부 검토"(종합2보) 원본보기 아이콘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며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하자, 금융사들의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었다.


하나은행 일부 지점에선 2018년 7월~2019년 5월 일반투자자의 투자성향 등급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상향해 전산에 입력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다. DLF 상품을 판매하며 ‘서명’을 받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는 투자자가 상품의 내용과 위험성을 설명받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다.


이에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한 잘못이 있다며 2020년 3월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제재와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회장도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는 연임과 금융권 취업을 제한한다.


함 회장과 하나은행은 이에 불복해 즉각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냈으나 2022년 3월 1심에서 패소했다. 문제가 된 펀드 계좌 886건(가입금액 약 1837억원) 모두 하나은행이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투자자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한 잘못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막대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임원진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DLF 중징계 취소'…당국 "상고 여부 검토"(종합2보) 원본보기 아이콘

2심에서 뒤집힌 판결이 나오며 함 회장은 임기 만료 1년여를 앞두고 재정비 시간을 벌게 됐다. 2022년 취임한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다만 금융당국이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를 제기한다면 연임 여부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2년 8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DLF 징계취소 소송에서 1·2심 모두 패한 뒤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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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판결 결과에 대해 하나금융은 “이번 사건을 한 번 더 소비자 입장을 생각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하나금융은 향후에도 그룹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금융위와 금감원은 “2심 재판부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 등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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