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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대신 배 품으려다 ‘화들짝’ 닭집 회장님[기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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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HMM 인수 실패한 하림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대한민국 1등 닭 회사 하림을 만든 김홍국 회장이 닭 대신 배에 욕심냈다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하림의 자금력으로는 애초부터 가능성이 작았던 시도였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림의 HMM 인수가 불발되면서 닭집 회장님을 모실 뻔했던 컨테이너 선사 HMM은 환호했다. 하림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신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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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닭고기 1위 회사 만들었지만...물류 장악엔 실패

김 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에게 병아리 10마리를 받아 키워 파는 것이 사업의 첫 시작이었다. 종잣돈을 만들어 1978년 전북 익산에 황등농장을 설립해 육계사업에 진출했고 1986년 하림식품과 1990년 하림을 설립하면서 축산뿐만 아니라 가공·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순위 27위까지 뛰어올랐다.


김 회장은 원료 조달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식품 가치사슬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글로벌 그룹이 갖고 싶었다. 국내 1위 축산 육류 전문기업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식품과 물류까지 장악한 글로벌 1위 왕관을 쓰고 싶었다. 곡물(사료원료), 운송, 사육, 육가공, 유통 및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림은 2015년 당시 국내 1위 벌크해운 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곡물유통 사업에 진출, 식품 사슬의 최상류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을 갖춘 팬오션을 인수해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HMM 인수가 필요했다.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HMM까지 인수할 경우 곡물을 넘어 물류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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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감히 넘봐…. 냉정한 현실 보여준 김 회장의 실패

팬오션에 이어 HMM 인수까지 시도하며 종합 물류사업까지 넘봤지만, 결과는 실패다. 사업을 확장하기엔 자금이 많이 부족했다. 하림이 인수하려던 HMM은 자산 25조 8000억원으로 하림(17조원) 보다 덩치가 크다. 인수대금 6조4000억원을 마련하기 빠듯했던 하림은 사모펀드 JKL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받아내는데 실패해 최종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할 경우 민영화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국내 현실을 너무 모르기도 했다. 게다가 M&A 성공의 키를 쥐고 있는 건 까다롭기로 소문난 산업은행이었다.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놓였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해운업계 성수기에 맞춰 잘 다듬어놓은 HMM을 적임자에 인수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해운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국가 자금으로 살려낸 회사를 잘못 거래했다가 향후 국가 해운산업 경쟁력 실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경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하림은 해운 산업 이해도가 높고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대안을 가진 기업이 아니었다. 그만큼 채권단은 HMM 매각 이후에도 일정 부분 경영을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HMM, 팬오션은 '환호'...신뢰 잃은 하림

하림 HMM 인수가 실패하면서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해운사 HMM과 팬오션은 안도했다.

HMM 노조는 하림의 인수자금 조달계획이 충분치 않고 재무적 안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이번 M&A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HMM 노조는 최종협상 결렬 후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명운을 바꾼 것"이라고 환영하며 "대한민국 대표 국적선사의 민영화 지배구조 계획수립의 중요성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림이 지배하고 있는 팬오션도 웃었다. 팬오션 이 인수자금에 필요한 돈을 지원하기 위해 2~3조원의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팬오션 주가는 하림의 HMM 인수 최종협상 결렬 발표가 있었던 지난 7일 21% 급등했다. 다음날인 8일에도 3.58% 추가 상승했다. 반면 하림은 인수 실패 실망감에 주가가 16% 넘게 하락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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