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탐방기] 한국카본 6년간 100억원 이상 투자
수입품보다 40% 저렴한 내열재 소재 'T2' 개발
안정적 공급 통해 ‘K-방산’ 수출 일조
미국은 2022년 1월 대북 제재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북한 국적자 6명을 포함했다. 러시아를 근거지로 두고 있는 최명현 오영호 등 북한 국방과학원 산하 기관 간부들이다. 이들은 케블라(강도 높은 섬유)선, 아라미드섬유(내열성이 뛰어난 섬유) 등을 불법 수입해 북한에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섬유로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에 사용되는 발사체 내열재를 만든다. 발사체는 발사 직후 3000도의 열을 뿜어내는데 발사체가 열을 감당하지 못하면 원하는 궤도로 비행을 하지 못한다. 미사일은 명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발사체 내부에 고온과 고압을 견뎌낼 수 있는 내열재가 있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우리 군도 발사체를 만들 때 내열재용 소재가 필요한데 그동안 전량 수입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방산기업인 한국카본에서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도 내열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지난달 7일 경남 밀양시에 있는 한국카본 사포공장에선 미사일 발사체에 들어가는 내열재를 볼 수 있었다. 미사일은 크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열재도 크기가 다양했다. 한쪽 편에는 육군이 사용하는 지대지 미사일에 들어갈 내열재가 있었다. 8m 크기로 미사일 발사체와 생김새가 똑같았다. 내열재는 미사일 별로 일정한 온도, 시간, 압력을 견뎌줘야 한다. 공장 한쪽에는 발사체에 삽입되는 ‘발사체용 내열재 T2 노즐’도 보였다. T2는 한국카본이 6년간 100억 이상을 투자해 개발한 내열재 소재다. 수입품 가격의 40% 안팎이어서 업계는 미사일 수출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사일 발사체에 장착되는 내열재 국산화
내열재와 마찬가지로 복합재도 유리섬유와 탄소섬유로 만든다. 여기에 접착제의 일종인 수지를 첨가해 열과 함께 압축하면 복합재가 된다. 유리섬유로 만든 복합재는 비행기의 내장 등으로 사용되는 반면, 탄소섬유로 만든 복합재는 비행기나 자동차 본체를 만든다. 탄소섬유는 강도가 높고 가벼워 연비를 높일 수 있다. 장거리 운행과 더 많은 물자를 수송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탄소섬유는 유리섬유보다 10배가량 비싸다.
밀양공장 연구센터로 자리를 이동했다. 한쪽에서는 대장간에서나 볼 수 있는 화염 속에서 복합재를 태우고 있었다. 복합재는 불에 타지 않아야 하고 유독성이나 연기를 뿜어내면 안 된다. 무기체계 운영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200도의 화염 속에서 2~3분을 버텨줘야 합격점수를 받았다.
연구센터 안쪽에는 비밀작업실도 있었다. 복합재는 섬유와 수지의 배합률에 따라 종류도 다양해진다. 배합률이 핵심 기술이다. 연구원들은 마치 장인이 음식 양념을 만들듯 신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격화된 복합재 종류만 8000여개가 넘는다. 이 복합재들은 다양한 시험도 거쳐야 한다. 연구센터 내부에서는 복합재를 놓고 늘어나는 인장, 찌그러지는 압축, 휘어지는 인장 등 7가지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복합재, 1200도 화염서 2분 이상 시험
옆 건물에선 유리섬유로 복합재를 만들고 있었다. 방직공장에서 사용되는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가는 유리섬유 소재로 흰색의 천을 짜는 듯 보였다. 이 천을 여러 겹 겹쳐 고온에서 압력을 가하면 유리섬유 복합재가 된다. 반대편 건물에는 탄소섬유 소재로 복합재를 만들었다. 폭 1㎝도 안 되는 탄소섬유 소재는 1만 2000개의 실로 만들어졌다. 이를 천처럼 만들어 냈다.
김형진 신소재사업본부 상무이사는 “국산화 기술을 통해 우주, 항공, 방산 분야에 핵심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면서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K-방산’수출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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