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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코로나로 실감한 藥의 중요성…제약강국 향해 함께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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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매일 걷고 쓰기 꼭 챙겨

완제의약품 자급률 높아…IT기술·데이터 갖춰
'제2 반도체' 인력양성·컨트롤타워 필요

[만보정담]"코로나로 실감한 藥의 중요성…제약강국 향해 함께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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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위치한 방배동은 빌딩 숲 가득한 서울 도심과는 색다른 풍경을 자랑한다. 협회가 들어선 제약회관 옆에는 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이자 세종의 형님인 효령대군을 모신 청권사가 있다. 바로 뒤편에는 녹지가 우거진 서리풀공원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서리풀 산책로는 고속터미널까지 연결돼 있는 ‘걷기 좋은 코스’로 유명하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도 지난 3월 취임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노 회장은 "당초 편안한 복장으로 인터뷰하려 했지만 외부 일정이 많아 양복을 입었다"며 양해부터 구했다. 노 회장은 "이렇게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 서울에서 흔치 않을 것"이라며 "서리풀공원을 걷다 보면 숲속을 걷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0년만의 복귀 맞나… 최신 통계 줄줄 외는 막힘없는 달변

노 회장은 자택이 있는 판교에서 출퇴근한다. 오전에는 피트니스센터를 들러 땀을 흘리고, 퇴근한 오후에는 집 근처를 걷는다. 3대가 함께 사는 노 회장의 큰 기쁨 중 하나는 가족과 함께 걷기다. 주로 아내와 함께 걷는데, 걷기를 하며 아내의 건강이 회복된 게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그는 "아내가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꾸준히 걷기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면서 "하루에 1만보 정도는 걷고 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골프는 토요일에만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라운딩도 가능하면 걷는 편으로, 카트를 타지 않으면 1만3000보 정도는 걸을 수 있다고 말한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무실 근처 서리풀공원 산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무실 근처 서리풀공원 산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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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함께 노 회장이 꼭 챙기는 일은 ‘쓰기’다. 그날그날 있었던 업무 내용과 중요한 일들을 업무일지에 손수 정리한다. 정부, 대통령실, 학계 등 그간 여러 분야에 몸담아 왔던 노 회장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지켜온 원칙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더라도 매일 업무일지를 정리하며 자신이 했던 일을 되새겨보고,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갈지 생각하는 시간을 준다. 노 회장은 "약속이나 업무가 바빠 못 쓰는 날에도 그다음 날에 쓰는 방식으로 가급적 작성하려고 한다"며 "기억해야 할 내용들을 메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줄곧 근무하며 보건의료 정책의 현장에 있었다. 2010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 취임하며 현재의 ‘오송 시대’를 열었다. 그의 별명은 ‘영국신사’다. 영국 요크대에서 공부하고 1996년부터 2년간 파견근무를 하는 등 영국과 인연이 깊고 부드러운 업무 스타일과 따뜻한 리더십 때문에 붙여졌다. 노 회장은 1시간의 걷기 인터뷰와 1시간의 집무실 인터뷰 내내 막힘이 없었다. 2013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가 10년 만에 복귀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현안은 물론이고 주요 통계도 꿰뚫고 있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시작과 끝이 있었고 새로운 기회와 위기가 찾아왔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헬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책과 산업현장의 가교인 협회 역할은 더욱 커졌다. 노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처음 시작할 때도 기반이 없었지만 지금은 세계 1등의 위치에 오르지 않았나. 우리 제약바이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무실 근처 서리풀공원 산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무실 근처 서리풀공원 산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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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반도체, 충분히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이끄는 산업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반도체다. 맨땅에서 일군 반도체 산업은 수출 역군으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토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 주인공이 바이오헬스산업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5조4000억원으로 전 세계 시장의 1.5%에 불과하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25%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도 최근 4년 새 3배 이상 늘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국산 제품이 총 누적 50개에 가까워지는 등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5대 제약바이오 강국’이라는 비전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이라는 평가가 있다. 노 회장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우수한 인적자원과 IT, 데이터 등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은 그간 ‘데스밸리’가 길어 과감히 뛰어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건강보험 등을 통해 수십 년간 축적된 훌륭한 데이터가 있다. 이런 힘이 합쳐지면 훨씬 빨리 나아갈 수 있다."

바이오헬스를 중심으로 인터뷰가 이어지자 노 회장이 ‘제약’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우리의 제약산업 생태계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간 혁신신약 개발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이뤄졌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 훌륭한 산업 체계는 이미 갖춰져 있다. 노 회장이 예시로 든 것은 완제의약품 자급률이다. 한때 80%를 넘었다가 현재 60.1%(2021년)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동남아 국가는 물론, 호주 등 제약 선진국으로 불리는 곳들도 이러한 비율은 되지 않는다. 미국, 프랑스 등도 신약 중심으로 가다 보니 제네릭은 약한 편이다.


노 회장은 "코로나 사태 때 유럽은 감기약, 해열제 등 기본 의약품이 없어 곤란을 겪었다"면서 "우리는 단단한 기반이 있어 개량 신약도 만들고, 혁신 신약으로 갈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생태계를 잘 활용해 더욱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하락 추세다. 원료의약품은 24.4%(2021년), 백신은 50.5%(필수 예방백신 28종 중 14종 개발 생산·2021년)에 그친다. 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이 이뤄져야 코로나19가 증명한 제약주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필수·원료의약품 재고 유지와 제조설비 구축을 위한 비용 지원, 약가 보호 등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수의약품 원료를 국가전략기술로, 일반 원료의약품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관련 연구 및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 비용을 지원하거나 세액 공제를 확대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자사의 원료의약품을 이용해 생산한 완제의약품의 약가 우대 기간을 늘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무실 근처 서리풀공원 산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무실 근처 서리풀공원 산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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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성장 이끌 ‘키포인트’는?

노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인력 양성을 강조했다. 자본과 인력이 합쳐져야 혁신 기술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우수한 인재 확보는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 노 회장은 "최근 바이오벤처가 많이 생기고 있고, 의대·약대생들도 예전과 다르게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빠르게 느는 추세"라며 "산업의 기반이 되는 단단한 인력풀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바이오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협회 차원에서도 AI신약지원센터,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대학 차원에서 인력 양성에 적극적인 것도 고무적이다. 노 회장은 "수도권 대학에 정원 증원은 그간 불가능했는데 최근 제약바이오 관련 150명이 늘었다"며 "산업에 진출할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이 곁들여진다면 인적자원 공백도 빨리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책적으로는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제약바이오 산업 관련 정책은 여러 부처에 쪼개져 있다. 기초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간 연구 등은 보건복지부, 산업화 단계는 산업통상자원부, 의약품 허가와 임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하는 식이다. 노 회장은 "각 부처의 임무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코디네이팅’이 부족하다고 본다"며 "빅파마 규모나 기술, 자본, 인력을 당장 쫓아가긴 힘들지만 이를 따라가고 능가하려면 훨씬 빠르게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총리실 산하에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도 기대를 걸고 있다. 노 회장은 "이제는 시간싸움"이라며 "2027년(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글로벌 50대 제약사 3개를 배출하겠다는 정부 계획 목표)이라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신약 개발에 10년이 걸리는데 반밖에 가지 못한다. 조금 더 빨리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72개 회원사들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속적인 혁신과 협력으로 제약주권 확립과 제약강국 실현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성원도 부탁했다. 그는 "코로나를 통해 환자들만의 문제라 여겨졌던 약, 건강 문제가 전 국민, 전 세계의 문제가 됐다"며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고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이제 제약주권이 실질적으로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완제의약품 80%를 생산하는 나라는 몇 없다. 이 기반이 없다면 아기가 아플 때 먹일 해열제를 전부 수입해야 한다. 우리 제약 산업이 신약으로 빨리 나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이제까지 구축한 시스템도 귀중하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따뜻한 격려를 바랐다.

<노연홍 회장 프로필>
▶1955년생 ▶한국외대 ▶요크대 보건경제학 박사수료 ▶차의과대학교 보건학 박사 ▶행정고시(27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부총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위원장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대담=이경호 바이오헬스부장 gungho@asiae.co.kr
정리=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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