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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타인 시선 걷어낸 꿈에 집중해라…인생에 실패는 없다 과정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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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인기 의아
잘 쓰진 못했지만 '진심'이 통한 것 같아
삶에서 최선이 능사 아냐 차선도 기회
비교 걷어낸 꿈에 집중해야…인생에 실패는 없어

[파워K-우먼]타인 시선 걷어낸 꿈에 집중해라…인생에 실패는 없다 과정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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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딘 스테어 時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中


경험에서 우러나는 깊이 있는 삶의 통찰을 안고 있는 나딘 스테어의 시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소개돼 널리 알려지면서 아포리즘의 정수란 평가를 받는다. 스티브 잡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전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이자 뉴에이지 작가인 람 다스는 해당 문구를 항상 지니고 다닌다고 밝혔을 정도. 김혜남 박사(63)도 예외는 아니다.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고백해 놓은 것처럼 나와 닮아 있고 공감이 갔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자신의 책 이름도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메이븐)으로 정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김혜남 박사가 파킨슨병과 함께하는 와중에 적어낸 기록이다. 2001년 마흔세 살의 나이에 파킨슨병 판정을 받고 삶의 격변을 견뎌낸 후 각기 다른 이유로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적어낸 깨달음의 유산이다. 힘들고 외로운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려는 의도가 독자에게 가닿으면서 해당 책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015년 초판됐던 해당 도서가 지난해 말 개정판 출간을 기점으로 다시 주목받으면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인기 의아스러워…진심 담았을 뿐

다만 그런 호응에 김 박사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20일 강남구 역삼동 자택에서 마주한 그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얘기고, 인간 심리나 마음이 비슷해서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을 정리한 것뿐인데, 사람들이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며 겸연쩍어했다. 그럼에도 ‘공감에서 위로를 낳는 글’이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렇게 느낀다면 아마 ‘진심’이 전해진 결과일 것이라며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진심을 담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심이 담긴 글은 김 박사의 남다른 점 중 하나. “중학교 3학년 당시 학교 선생님께서는 제가 낸 수필 숙제를 ‘빼어나게 잘 쓴 글은 아니지만 글에서 진심이 가득 느껴진다’며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셨어요.”.


김 박사는 아직도 본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인생의 배움이 있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책”을 쓰는 꿈을 가지고 있다. 다만 병세가 심해져 글을 쓰기는커녕 읽는 것조차 힘에 겨운 상황. 30분 글을 쓰면 이틀을 앓는 데다, 백내장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 눈과 극심한 불면증에 따른 체력 저하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그는 “보통 (병을 얻은 지) 15년 정도 되면 치매가 오고 거동을 못하는데 난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정신은 더 뚜렷해지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김혜남 정신전문의. 12년 전 운동과 산책하기 좋은 마당 있는 곳을 찾아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좋아하는 장미를 스무그루 정도 심어 가꾸는 데 재미를 들이고 있다. 여름이면 뒤로 보이는 정원이 예쁜 꽃으로 수놓아 진다고.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김혜남 정신전문의. 12년 전 운동과 산책하기 좋은 마당 있는 곳을 찾아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좋아하는 장미를 스무그루 정도 심어 가꾸는 데 재미를 들이고 있다. 여름이면 뒤로 보이는 정원이 예쁜 꽃으로 수놓아 진다고.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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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만으로 인생 개척할 수 있다는 건 착각…상황에 순응하는 힘 중요

30년간 시부모를 모시고 일과 육아, 살림을 병행하면서 ‘슈퍼우먼’이라 불리기도 했던 김 박사. 이와 관련해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저 역시 남들처럼 불평하고 힘들어하며 남들과 비슷하게 살았다”고 고개를 젓는다. 오히려 ‘상황에 순응하는 힘’이 주효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때 인생을 내가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며 “학교(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가장 가난한 남자”와의 결혼, 툭하면 “병원 그만두고 살림하라”는 보수적인 시부모님의 질책, 남녀 차별이 횡행하던 병원의 병폐 등은 쉬운 길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주어진 일을 거뜬히 해내며 상황을 개척하는 슈퍼우먼을 꿈꾸긴 했으나. 현실은 상황에 순응하며 잘 흘러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휩쓸려 가라는 말은 아니다. 그는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만 할 수는 없다. 안되면 차선을 하면 된다”며 본인 역시 여자란 이유로 대학병원에서 밀려나 크게 상심했으나 오히려 대학병원보다 소규모라 할 수 있었던 다양한 경험이 더 큰 결과를 이뤄냈다고 말한다. 해당 병원에서 접한 사이코드라마(연극 치료법) 등의 경험이 정신분석의의 길을 선택하는 데 주요한 계기가 됐다는 것. 가난한 학생이었던 남편 역시 현재 다섯 개 척추관절 전문 병원을 운영하는 어엿한 병원장이 됐다.

김혜남 정신전문의. 사진 촬영을 좋아해 한때 물방울을 자주 사진에 담아냈다. 전시회도 열었다고. 뒷편 벽난로 위에 액자에도 물방울 사진이 담겨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김혜남 정신전문의. 사진 촬영을 좋아해 한때 물방울을 자주 사진에 담아냈다. 전시회도 열었다고. 뒷편 벽난로 위에 액자에도 물방울 사진이 담겨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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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女에 불친절한 건 사실이지만 피해의식 도움 안 돼…우선 가치 중시해야

김 박사는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 구조에 관해서도 유연한 자세를 강조한다. 그는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부당함과 불편이 있지만 ‘피해의식’에 빠지면 오히려 잃는 게 많다고 조언한다. 그런 부정적 감정이 현실 변화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그는 피해의식에 빠져 일에 치였던 과거, 일례로 과거 퇴근한 후 아이들 얼굴 볼 겨를도 없이 서둘러 시부모님 저녁 준비하기에 바빴던 시기를 회상하며 “지금 생각하면 시어머니가 화를 내시더라도 아이들부터 먼저 안아줬으면 어떠했나 싶다”며 “아이들 예쁜 모습 보는 건 (낳아서) 8년까지다. 이후에는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다. 그게 아쉽다”고 말했다.

김 박사의 자녀 사랑은 각별했다. 병원 일로 바쁜 와중에도 어린 아이들의 도시락을 직접 쌌다. 튀김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도시락 반찬을 살뜰히 챙겼다. 다만 공부를 채근하지는 않았는데, 그건 좋은 대학 외에 저마다의 성공 기준점을 찾기 바랐기 때문이다. 남에게 보이기 좋은 그럴듯한 외양을 갖추고 싶어 하는 건 당연지사지만, 자녀에게 비교의식을 내려놓으라며 “자장면을 만들면 제일 맛있는 자장면을 만들고, 구두를 닦으면 제일 반짝이는 구두를 닦으라고 가르쳤다.” 그 때문인지 한때 속을 많이 썩였던 아들은 투자에 적성을 찾아 지금은 투자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런 엄마를 향한 아들의 애틋함이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의 조화가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왜 그때 공부시키지 않았느냐, 그때 했으면 더 잘 됐을 수도 있었다’고 장난스레 따진다”고 웃음 지어 보였다.

김혜남 정신전문의.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김혜남 정신전문의.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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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시선 걷어낸 꿈에 집중해야…인생에 실패는 없어 과정이 있을 뿐

비교를 걷어내고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는 게 행복의 일환이라면 먼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우선일 텐데, 그걸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이 적잖은 상황. 자신이 뭘 하고 싶고,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며 막연히 주목받는 직업을 추구하는 이들에 관한 물음에 김 박사는 “(막연히 주목받는 직업을 좇아서) 행복하다면 될 일이지만 공허하다면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일에 뛰어들라고 하고 싶다”고 말한다. 타인의 시선에 가려졌을 뿐 하고 싶은 게 없을 리 없다는 말이다. 이때 성공에 연연하지 말라고도 조언한다. 그는 “인생은 성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도 없다. (인생은) 그냥 과정이다. 좌절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권면한다.


이를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김 박사는 ‘자극 통제’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현대인들은) 자극의 홍수 속에서 사는데 그걸 소화할 시간이 없다”며 자극에 따라 감각만 발달하면서 삶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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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으로 살아온 인생에 관한 조언을 전한 그에게 앞으로 살아야 할 삶의 목표를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가족’을 꼽았다.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 제일 불쌍한데, 남편이 그런 사람이다. 일이 우선이고 가정과 제게 소홀했기에 남편과의 관계가 가장 아쉽다. 그나마 요즘 가정으로 많이 돌아오고 있다. 자기감정을 이야기하고 얘기도 들어주기 시작했다. 여행도 다니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 (돌아보면)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삶의) 문이 열렸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김혜남 박사는 누구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 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왔지만, 2001년 마흔 세 살의 나이로 파킨슨병 판정을 받고 22년째 병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80만 부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를 비롯해 다수의 책을 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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