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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은 곧 생산성" 기업이 직원의 잠을 신경 써야하는 이유[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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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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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8시간 수면'에 집착한다고 합니다. 8시간은 자야 "생각을 더 잘할 수 있고 더 에너지가 있다. 내 기분이 더 좋다"고 해요. 베이조스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점심을 먹기 전인 오전 10시였다고 합니다. 8시간을 푹 잔 뒤 아침에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죠.


CNBC방송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2018년 한 공식 석상에서 만약 자신이 '4시간만 자고 나머지 4시간을 일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보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생산적인 시간(productive hours)'이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연장된다고 했어요. 그는 "하루에 100개의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면 4시간 연장으로 33개의 결정을 더 내릴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이게 기존에 내리는 결정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을 감수할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아마 아닐 거다"라고 했어요.

베이조스는 자신이 내리는 결정들이 향후 2~3년을 내다보고 내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결정의 개수를 늘리기보다 결정의 질 자체를 향상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했고요. 그 바탕에는 8시간 수면이 있다고 강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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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사례를 언급한 건 잠과 웰빙, 생산성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함인데요. 수면은 직원의 웰빙과 직결되는 요소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가 삶과 업무 환경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직원의 웰빙에 대한 주목도가 커졌고, 이러한 웰빙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오늘 찐비트에서 얘기해볼 부분은 바로 다양한 업무 형태 변화가 직원의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입니다.

◆ "잠 못 자는 직원에 美 연간 63.4조원 사라져"

우선 직원의 잠이 기업과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해요. 직원들이 잠을 잘 자지 못한 상태로 출근을 하게 되면 그만큼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영향을 줄 수 있겠죠. 직장에 대한 참여도나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노동력의 7%가 수면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집계됐어요. 지난 1월 11~17일 18세 이상 성인 30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최근 30일간 수면의 질이 어땠는지를 물어봤을 때 이렇게 나왔다는 건데요. 미국 내 근로자가 1억5500만명이라고 봤을 때 이 규모는 정규직 근로자 기준으로 1100만명 수준이라고 해요. 이들의 최근 한 달간 결근 일수를 살펴보니 평균 2.29일로, '잘 잤다'고 응답한 직원 평균(0.91일)의 2배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어요.

숙면이 어려운 직원들은 12개월 이내에 이직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갤럽 여론조사에서 정규직 직장인 가운데 '아주 숙면을 취했다'는 응답자의 12개월 내 이직률은 16%였는데, '비교적 잘 잤다'는 직장인은 19%, '잘 못 잤다'는 직장인은 22%, '자기 어려웠다'는 직장인은 27%였다고 합니다. 갤럽은 "모든 직장인이 이직해서 '아주 잠을 깊이 자는' 상태가 되면 미국 내에서 매해 발생하는 98만개 이상의 이직이 감소하고 미국 고용주들은 324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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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은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미국에서 수면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생산성 손실이 440억달러 이상이라고 추정했는데요. 갤럽은 "직장에서 웰빙 문화를 받아들이는 리더들에게 웰빙과 관련한 개입 프로그램 내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높이는 것은 수면 부족인 직원들의 비율을 고려할 때 상당한 투자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수면을 직원들의 웰빙 향상을 위한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다룸으로써 고용주들이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사업적 결과를 잘 낼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업무 유연성 확대' 수면에 좋을까, 나쁠까

팬데믹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근무 형태의 변화를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죠. 직원들의 웰빙과 숙면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요. 지금부터는 업무 형태의 변화가 직원의 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에서 봉쇄 조처를 하면서 재택근무가 확산했고 직장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됐는데요. 통근하던 직장인들이 집에서 일하며 생활과 업무를 한 공간에서 하다 보니 수면 패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등장하게 된 단어가 바로 '코로나 불면증(corona-somnia)'이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사회 전체가 불안감이 높아진 데다 외부 활동이 극도로 줄어들고 24시간 생활 패턴 자체가 모두 흔들렸죠. 그 속에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었던 겁니다. 지난해 4월 미국 수면의학학회가 미국 성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팬데믹 이후 수면 장애를 경험했다고 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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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 초 재밌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미국 최대 의료재단 카이저 파운데이션이 운영하는 카이저헬스뉴스(KHN)에 따르면 이탈리아 라퀼라대가 2020년 이탈리아 직장인 9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조사해 지난 2월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니 업무의 유연성이 확대되자 '저녁형 인간'들의 삶이 개선됐다는 겁니다. 기존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해야 했던 이들의 취침·기상 시간이 늦춰졌고, 수면의 양과 질도 향상된 것이죠. 이렇게 되면서 우울증과 불면증 증상이 완화했다고 합니다. 업무 성과도 향상될 수 있겠죠?


수면 건강을 연구하는 켈리 바론 미국 유타대 교수는 KHN에 "팬데믹은 근무 시간과 환경이 변할 때 수면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실험이 됐다"면서 "최적의 근무 시간에 일할 수 있다면 직원들의 성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어요.

◆ "주 4일제 했더니 매일 수면 시간 1시간 늘었다"

영국, 미국 등에서 주 4일 근무제 실험이 진행되고 있죠.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됐을 때 직원들의 하루 수면시간이 1시간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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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줄리엣 쇼어 미국 보스턴칼리지 교수 연구팀이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글로벌'이 진행 중인 주 4일 근무제 시범프로그램 참가 기업 미국·호주·아일랜드 등 16곳의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의 수면시간이 평균 하루 7.58시간으로 조사됐다고 해요. 이는 주 5일로 근무할 때보다 약 1시간 늘어난 것으로, 근무제 변화로 줄어든 근무시간 8시간 중 7시간은 잠에 사용했다는 의미인데요.


쇼어 교수는 이 조사에서 주 4일 근무제 근로자의 경우 밤에 자는 시간이 7시간 미만으로 '수면 부족'에 해당하는 비율이 42.6%에서 14.5%로 급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주 4일 근무제가 삶의 만족도, 일과 가정의 조화 등 웰빙과 생산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 바탕에 수면시간 증가가 있었을 것으로 봤어요.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반스 미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수면 부족이 비윤리적 행동, 업무 관여도 저하, 동료들에 대해 비협조적인 행동, 더 공격적·가학적인 리더십 경향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성과가 있다고 소개했어요. 그는 "수면과 일은 일종의 경쟁 관계다. 일을 위해 수면시간을 줄이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업무 성과도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지금은 직원의 웰빙이 곧 기업의 생산성으로 연결되는 시대입니다. 찐비트에서 살펴봤듯 업무 형태의 변화에 따라 직원의 잠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 직원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되는 말 아닐까요?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입니다. 팬데믹 이후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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