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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은 개학날?' 월가는 왜 사무실 복귀에 힘을 쏟나[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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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해를 기억하십니까? 많은 기업이 9월 미국 뉴욕에서 사무실 복귀가 이어지면서 일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죠. 하지만 델타와 오미크론 등 변종 바이러스가 이를 무너트렸습니다." - 6일(현지시간)·뉴욕타임스(NYT)


미국 재계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대 이후 사무실 복귀에 가장 적극적인 산업군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인데요. 특히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은 수장들이 여러 차례 나서서 사무실에 출근해서 업무하는 장점이 많다고 강조해 왔어요. 지난해부터 대면 업무를 하도록 목소리를 높였는데 오미크론 확산 등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어려움을 겪었죠. 이들이 미국 노동절인 지난 5일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사무실 복귀'라는 조치를 꺼내 들었습니다.

◆ "코로나19 핑계 대지 마" 프로토콜 없앤 골드만삭스

뉴욕포스트 등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노동절 일주일 가량 전인 지난달 말 코로나19 프로토콜을 없애겠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는데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검사, 마스크 착용 등을 의무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겁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재택근무를 할 수 없도록 프로토콜 자체를 더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이를 보도한 뉴욕포스트는 "코로나19 관련 조치가 재택근무의 이유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전 사적으로 공지한 첫 주요 기업"이라고 설명했어요.

같은 월가의 투자은행인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뉴욕포스트에 "골드만삭스가 다른 방식으로 노동절 이후 '이제 개학했고 우린 직원들이 (사무실로) 출근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또 다른 소식통은 이 매체에 하이브리드 근무를 허용한 모건스탠리나 JP모건을 포함한 다른 경쟁 업체와 비교해 골드만삭스가 직원들을 더 많이 사무실로 불러내 앞서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어요.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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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골드만삭스 외에도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코로나19 관련 규정을 해제했고, JP모건도 지난 3월 사옥 내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없앴어요. 월가 투자금융 회사인 제프리스파이낸셜그룹도 지난 1일 전 직원에게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유지한다면서도 "집에서 외롭게 일하는 것보다는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월가가 전반적으로 '사무실에 나와라'라고 하는 비슷한 분위기란 것이죠.

◆ "이번엔 진짜" 마지막 허들 없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월가의 이러한 분위기를 전하면서 "대형 은행들이 정규직 대면 업무의 마지막 장애물을 제거했다. 직원에게 사무실에서 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면서 "여러 번 잘못 시작한 끝에 이번에는 진짜인 듯 보인다"고 전했어요. 올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고용 측면에서도 힘의 균형이 고용주 쪽으로 점차 쏠리자 재택근무를 하겠다는 직원들의 주장이 먹히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는데요.


월가가 다른 업계에 비해 사무실 복귀에 더욱 집중하는 건 미국 금융가의 경쟁적인 특성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은행 업무 자체가 기본적으로 대면 비즈니스라는 인식 속에서 직원들 간에 정보 공유와 소통이 곧바로 이뤄지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것으로 보여요. CNN방송은 지난해 월가의 사무실 복귀 움직임을 전하면서 "문화적으로 대면 관계 맺기나 교육을 대체할 수가 없고 수십억 달러의 거래가 이뤄지는 금융이라는 산업의 특성상 보안이나 리스크 관리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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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가의 금융사들은 사무실로 직원들을 불러내기 위해 근무 환경 개선에도 요즘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출·퇴근 시 연료비나 식사 비용이 크게 늘자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거나 탁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식으로 사교 공간을 마련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어요.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에도 뉴욕의 사무실 점유율은 50%를 밑돕니다. NYT는 미국 직장인의 복귀를 모니터링하는 건물 보안업체 캐슬시스템즈 데이터를 인용해 8월 말, 9월 초 한 주간 뉴욕의 사무실 점유율이 평균 35.3%로 미 전역 평균(45.3%)에 못 미친다고 전했어요. 노동절을 기점으로 월가가 시도하는 사무실 복귀 정책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 "인재 확보 어려운데…" 유연성 갖추는 금융사도

월가에서도 일의 유연성에 대한 수요를 고려한 업체들도 있습니다. 사실 미국이 고용시장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고 인재 확보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월가도 젊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하는데요. 인재들이 선호하는 근로 조건에 재택근무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인재 전쟁에서 재택근무가 하나의 '무기'가 되는 상황에서 월가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비껴갈 수가 없어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는 6일 뉴욕 산업 콘퍼런스에서 향후 6~8주 내에 유연한 업무 기준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해 내놓겠다고 밝혔어요. 업무를 유연하게 하되 관리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모이니한 CEO는 "우리 직원은 총 21만명으로 이들이 원하는 바가 말 그대로 21만개 있다"면서 "이전과 비교해 유연성이 더 필요한 것은 맞다. 다만 유연성에도 더 많은 형식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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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시티그룹은 지난달 직원들에게 2주는 자신이 고용된 국가 내에서라면 어디에서든 완전히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했는데요. 이달 들어서는 이전과 같이 일주일에 3일 회사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로 되돌아왔지만 여름 휴가철을 배려해준 조치로 보여요. 미 밴더빌트대의 댄 콘필드 교수는 블룸버그에 재택근무의 혜택을 맛본 직장인들을 과거로 다시 되돌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고용의 조건이 완전히 바뀐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 뉴욕 투자은행 부문 헬스케어팀에게서는 1년 차 은행원 6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내고 퇴사하는 일이 있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보도한 바 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월가의 보너스 철인 8월에 예상보다 적은 보너스가 나온 상황에서 가혹한 업무 환경에 시달리고 새벽 5시까지 업무를 했으며 팀에서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분노했다고 해요. 결국 사표 제출로 마무리가 된 건데요. 이렇듯 젊은 층이 잇단 퇴사로 반발하는 상황에서 월가의 사무실 복귀가 지속될 수 있을지, 월가의 움직임에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뒤따를 수 있을지, 아니면 회사와 직원들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등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됩니다.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기업 경영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하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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