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돌아온 美LA 케이콘…떼창에 춤까지, 전 세계 K팝팬 놀이터 됐다
케이콘 10주년, K팝 콘서트에 컨벤션 결합
LA서 9만명 관객 함께해...디지털로 전 세계 708만명 즐겨
드림스테이지, K컬쳐 체험 프로그램 등 눈길
20일(현지시간) 미국 LA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22 LA(케이콘 2022 LA)'에서 케플러가 팬들과 함께 드림스테이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LA=조슬기나 특파원] “네가 참 궁금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
20일(현지시간) 미국 LA컨벤션센터에 익숙한 음악이 울려 퍼지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불과 몇 초 되지 않아 간이 무대 위엔 20명 가까운 댄스 대형이 완성됐다. 나이도, 성별도, 인종마저도 다른 이들이 동시에 시작한 춤은 K팝(케이팝) 걸그룹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
당당하게 센터 자리를 차지해 능숙하게 안무를 펼친 리치 엘리어스씨는 “나는 케이팝 팬이자 댄서”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학생이자 K팝 댄스 동호회 소속이기도 한 그는 “케이팝은 특별하다. 재밌고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많아 좋아한다”고 말한 후, 땀을 식힐 틈도 없이 청하의 ‘벌써 12시’에 맞춰 다시 무대로 달려갔다.
3년여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케이콘 2022 LA(KCON 2022 LA)’는 단순한 케이팝 콘서트에서 끝나지 않았다. 케이팝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한국 문화, 한국을 알길 원하는 전 세계 팬들을 위한 '대규모 페스티벌'이자 '놀이터', 그 자체였다.
20~21일 이틀간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진행된 케이콘 콘서트는 일찌감치 3만석 모두 매진됐다. 공연을 앞두고 K-컬처 체험프로그램 등 한류를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에도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19~21일 사흘간 LA 현장 관객만 9만명에 달했다. 애리조나주에서 친구와 함께 LA로 온 10년차 케이팝 팬 니키(30)씨는 “한국어로 전곡을 부를 수 있는 노래만 21곡”이라며 “케이팝이 좋아서 한국어도 배웠다. 한국문화도, 한국도 사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부터 CJ ENM 주최로 시작된 케이콘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누적 관객수만 110만명. 무모한 도전, 한류 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 속에 미국 땅을 밟은 케이콘은 이제 K컬쳐 전파 선봉장이자 케이팝팬들을 설레게 하는 최대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케이콘이 첫 개최된 미국 LA에서 10주년을 맞은 김현수 CJ ENM 음악콘텐츠본부장은 “10년 전에 쇼만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제 콘서트와 컨벤션을 결합한 모델”이라며 “관객들이 앉아서 참여하고 소통하며 한국 문화를 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케이콘 2022 LA의 특징을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무대 위에 서는 ‘드림 스테이지’다. 올해 처음 도입된 이 프로그램을 위해 LA컨벤션센터에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케플러의 ‘와다다’가 반복돼 울려 퍼졌다. 당일 저녁 공연에서 케플러와 함께 할 팬들을 선발하기 위한 댄스 컴페티션에 수백명의 자원자들이 몰리면서다. 최종 선정된 케이팝팬들은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저녁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공연을 멋지게 마친 몇몇 팬들은 무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공연 내내 K팝 떼창을 이어가던 관객들은 누구보다 큰 환호성으로 팬들의 무대에 박수를 보냈다.
K-컬쳐의 주요 팬층인 Z세대를 겨냥한 체험 프로그램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오후 컨벤션에는 에이티즈와 함께 하는 챌린지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천명 가까운 긴 줄이 늘어섰다. 해외에서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에이티즈는 올해 케이콘이 첫 도입한 시그니처송 ‘팝피아’를 부르며 케이콘의 개막을 선언하기도 했다. 에이티즈를 시작으로 추후 케이콘이 개최되는 곳마다 다른 아티스트가 바톤을 이어받아 본인들만의 매력을 담은 릴레이 시그니처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벌써 10주년을 맞이한 만큼 콘서트장과 컨벤션장 곳곳에서는 케이콘 경력자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2016년부터 매해 케이콘에 출석도장을 찍었다는 30대 주부 헤더 씨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유로 “여기(미국) 노래는 대부분 마약, 폭력, 섹스 등에 대한 것이지만, 케이팝은 7살 아이에게도 들려주는 게 전혀 꺼려지지 않는, 좋은 메시지를 가진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키즈와 에이티즈를 최애로 꼽은 그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재개된 케이콘을 즐기기 위해 원스(트와이스 팬덤)인 남편과 함께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 4시간 이상 차를 타고 왔다. 캘리포니아주 센트럴밸리에서 고교 친구 3명과 함께 온 신디 씨는 “K팝은 재미있다”며 “NCT드림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거나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이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똑같은 머리 모양, 똑 같은 옷차림의 15세 쌍둥이 소녀 앤슬리와 앨러리 양은 “캐나다에서 24시간동안 운전해서 왔다. 부모님께서 운전해주셨다”며 생애 첫 케이팝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플로리다주에서 6시간 비행기를 탄 애드리아나와 에두알도 씨는 “우리 둘다 케이팝팬”이라며 “올 들어서만 트와이스,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키즈 콘서트를 가기 위해 LA, 라스베이거스, 뉴욕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오디션 도전을 위해 홍콩도 방문했었다는 로로 씨는 "요즘엔 마마무에 빠져 있지만 2세대 아이돌인 빅뱅, 투애니원을 좋아한다"며 "16살에 슈퍼주니어가 춤추는 것을 보고 아시안 스타가 내 목표가 됐다. 문화와 개성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강력하다"고 밝혔다.
3년 만에 돌아온 케이콘 2022 LA에서 팬들은 능숙하게 떼창도 선보였다. 4시간가량 이어지는 공연 내내 지치지 않는 스탠딩 열정을 보여준 다수의 팬들은 있지의 '스니커즈' 등 아티스트들의 신곡은 물론, 신인그룹 라잇썸과 엔하이픈이 특별공연으로 각각 준비한 (여자)아이들의 '톰보이' , BTS의 '퍼미션 투 러브'의 후렴구도 따라 불렀다. 이번 공연에는 에이티즈, 크래비티, 엔하이픈, 아이앤아이, 있지, 케플러, 라잇썸, 이달의소녀, NCT드림, 엔믹스, 피원하모니, 스테이씨, 스트레이키즈, 더보이즈, 티오원, 우주소녀(이상 ABC순) 등이 무대 위에 올랐다. 박찬욱 CJ ENM CP는 "단독투어 매진이 가능한 아티스트들이 많다. 연말 시상식에나 볼 법한 라인업"이라고 전했다. CJ ENM은 오프라인 케이콘이 가로 막혔던 팬데믹 기간 KCON:TACK(케이콘택트)를 진행하며 쌓은 노하우로 디지털 관객들까지 이번 콘서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유튜브 채널, 엠넷 등 온라인 생중계를 통한 유무료 관객은 전 세계 176개국 및 지역에서 708만여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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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제 미국 시장에서 케이팝이 서브컬쳐를 벗어나 주류로 이동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숙영 UCLA 교수는 “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기점으로 본다”면서 “케이팝이 이제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 됐다”고 말했다. 심미적으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사회적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K팝, K컬쳐의 특성이 미국 Z세대를 사로잡았다는 게 김 교수의 평가다. 그는 “10~30대 젊은 세대가 듣는 음악을 대량, 양질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현재 케이팝뿐”이라고 덧붙였다. 안젤라 킬로겐 CJ ENM 아메리카 대표는 "10주년이 되면서 엄마가 된 팬들이 아이들을 (케이콘에) 데려온다. 케이콘이 현지 매체에서 다뤄지는 모양도 달라졌다"면서 "케이팝, 한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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