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줄일 수 있을까…인터넷 준실명제 추진 갑론을박
댓글 작성자 아이디 완전 공개 추진…시민들 갑론을박
"표현의 자유 침해" vs "악플 해결해야"
전문가 "악플 관련 범죄, 처벌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준실명제 도입한다고 악플이 사라질까요?"
최근 온라인 게시물 및 댓글 작성 시 이용자의 아이디를 반드시 공개하는 이른바 '인터넷 준실명제' 추진을 놓고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악성 댓글(악플)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시민단체 등은 '아이디 공개 의무화'가 사실상 실명제를 강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악플에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만큼 댓글 작성에 대한 책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악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온라인 게시글 및 댓글 작성자의 아이디를 모두 공개해 이용자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다가 심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중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인터넷상에 글을 쓸 때 조금의 책임감을 가지고 쓰자는 취지"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다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아이디 공개 의무화'가 국민의 의사 표현 자체를 위축시킨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은 성명을 내고 "위헌적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 의결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안은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법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그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어디까지 악성 댓글로 볼 것인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특정인의 극단적인 선택과 악성 댓글의 인과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디 공개의 의무화는 아이디의 부여 및 이를 위한 신원정보의 제공·수집의 의무화를 의미하고, 이는 곧 위헌인 본인확인제, 실명제를 강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다양한 의견 교환을 억제하고 국민의 의사 표현 자체를 위축시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7월 시행된 바 있다. 당시 실명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주요 포털사이트 등에 게시글을 작성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도입 5년 만인 2012년 8월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제한의 우려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라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악플로 인해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고통받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법안에 찬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학생 정모(25)씨는 "'게임 못 한다'는 이유로 악플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데 되레 스트레스가 쌓이기만 했다"라며 "나이도 성별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게임 못 한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 게 참 어이없었다. 심지어 쪽지까지 보내 심한 욕을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나도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데 연예인들은 오죽할까 싶다"라며 "연예인들은 악성 댓글도 문제지만, 허위 사실로도 고통받지 않나. 이런 사이버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 처벌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악성 댓글에 시달린 일반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모 여대 재학생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달린 악성 댓글에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숨졌다.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이 학생은 '에브리타임'에 심경을 비관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는데, 일부 이용자들은 이 글에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 "말로만 죽는다 어쩐다…그냥 좀 죽어" 등의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2018년 10월에도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의혹에 관한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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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악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러명이 악성 댓글을 달 경우, 그 책임감이나 죄책감이 분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악플을 큰 범죄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악성댓글을 접한 당사자는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큰 데 비해 우리나라는 관련 처벌이 약하다. 또 악플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작성한 사람이 계속해서 작성할 수 있다. 그렇기에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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