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적금 추천해주는 AI 아바타…"몇 번 되물어도 짜증 안내요"

국민은행 AI 체험존서 가상상담 직접 해보니…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적금을 추천해주세요."

KB국민은행이 여의도 신관에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인공지능(AI) 체험존. 23일 기자가 금융서비스와 AI기술을 접목한 키오스크 앞에서 AI 가상상담을 시도하자 국민은행 AI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욱 아나운서 아바타가 화면에 나와 "직장인이신가요?"라고 물었다. "네"라고 말하니 "가입 1년 상품으로는 ‘내맘대로 적금’을 추천드리며, 3년 적금으로는 직장인우대적금을 추천드립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키오스크의 AI 상담사로 통장개설, 청약, 예적금, 개인형퇴직연금(IRP), 대출 등 은행업무 관련 상담이 모두 가능했다. 음성·영상합성,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기술이 적용돼 실제 은행원과 똑같은 품질로 대화가 이뤄졌다. 음성 전달은 또렷했다.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몇 번이나 되물어도 상담사가 짜증낼 일이 없으니 잘 모르던 금융상품 개념에 대한 반복설명, 비슷한 금융상품 간 차이를 설명을 통해 숙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AI 가상상담을 통해 추천받은 금융상품을 그 자리에서 가입까지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직 금융상품 소개·비교와 추천 정도의 업무만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은행권에서 AI 가상상담 서비스 도입은 현재 걸음마 단계다.

올해 영업점에 시범 도입 후 확대

국민은행은 지난 15일부터 AI체험존을 운영하며 영업점 도입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7월 전후로 은행 지점 4~5곳을 시작으로 딥러닝 기반 AI 상담 키오스크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후 11월부터는 복합·대형점포나 무인점포 위주로 확대 배치할 방침이다. 번호표 기기 옆에 설치될 예정인 AI 키오스크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반영해 고객에게 딱 맞는 금융상품 소개·설명 및 추천이 지향점이지만 시작 단계인 데다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인해 초기에는 창구안내, 금융상품 안내 같은 비교적 간단한 업무처리만 하게 될 예정이다.

구태훈 국민은행 AI혁신센터장은 "AI 가상상담서비스를 통한 궁극적 목표는 AI 기술을 활용한 뱅킹서비스"라며 "초기에는 상품 안내·비교설명 등의 업무 위주로 진행되겠지만 이 또한 잘만 적용하면 영업점 문이 닫힌 저녁이나 휴일에도 고객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챗봇 등을 통한 상담이 가능하더라도 이용이 쉽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이 있는 만큼 영업점 AI 상담원 배치를 통해 창구 직원 상담 시간 단축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서비스와 AI 기술의 접목이 앞으로 무궁무진한 은행 서비스 활용의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대로 인한 영업점 축소 부작용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구 센터장은 "AI상담 서비스가 스타트업 지원을 담당하는 KB이노베이션허브 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탄생했듯 은행권과 기술 스타트업과의 상생에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