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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노포 '을지OB베어' 철거되나…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기자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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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분쟁' 을지OB베어, 존폐 기로…첫 강제집행 무산
공대위 "'노가리 골목' 상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방지해달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 골목에 있는 호프집 '을지OB베어'.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울 중구 충무로 한 골목에 있는 호프집 '을지OB베어'.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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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정말 고맙죠. 가게 지켜준다고 그렇게 손님들이 와주시고…"


3일 오전 9시50분께 서울 중구 충무로 한 골목에 있는 호프집 '을지OB베어'가 건물주와 임대차 분쟁으로 강제 철거집행 위기에 놓이면서 단골손님 50여 명이 'OB베어'로 모여 철거 집행을 막아섰다. 이로 인해 이날 호프집 철거는 일단 무산됐다. OB베어 사장은 연신 가게를 찾아준 손님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당한 법 집행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1980년 창업해 올해로 영업 40년 된 노포 (오래된 가게) OB베어의 안타까움이야 알겠지만, 건물주의 갑질이 아닌 일종의 '을'질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만난 OB베어 강호신 사장은 이에 대해 '상생 경영'을 해왔다며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OB베어로 인해 이 골목 전체가 '을지로 노가리 골목'으로 알려지는 등 낙후했던 골목이 활성화하고 외부인과 돈이 이 골목에 돌았는데, 결국 그 역할을 한 자영업자는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곳은 일반 술집과 달리 오후 11시까지만 장사를 한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오후 10시면 문을 닫았다. 강 사장은 이에 대해 "아버지가 가게를 일찍 닫았던 이유는 최소한 우리 집 손님들은 집으로 일찍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라"라는 게 그 이유였다면서 "그런 마음에서 36년간을 폐점시간을 지켜 오셨다"고 말했다.

단순 수익을 위한 영업이 아닌 OB베어가 을지로 골목 한 구성원으로 실천해온 일종의 '상생'이라는 설명이다. 강 사장은 "(그런 이유로) 여기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고, 호프집으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에 뽑혔다"면서도 "그런데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을지OB베어' 사장이 연탄불에 '노가리'를 굽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을지OB베어' 사장이 연탄불에 '노가리'를 굽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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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집행을 막기 위해 한걸음에 호프집을 찾아준 손님들에 대해서는 "어떤 손님들이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나"라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강 사장은 특히 "손님뿐만 아니라 인근 자영업자, 소상공인 사장들까지 다 와주셨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마음과 모습들이 OB베어가 단순 영업 가게가 아니라 이곳 '노가리' 골목을 형성하고 또 외부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서 그런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골목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의 생각도 강 사장과 비슷하다. 한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OB베어는 일단 올해로 40년 영업 아닌가"라면서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고 법이 그러면 어쩔 수 없겠지만 '40년 세월이 그렇게 사라질 수 있는가' 라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사회)가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이 골목이 유명해지고 원주민이 아닌 외부인들도 오는 상황에 이 술집(OB베어) 역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을지로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힙지로'로 불리는데 여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걸 좀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을지OB베어' 안주 노가리.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을지OB베어' 안주 노가리.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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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포라는 이유로 OB베어만 법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30대 회사원 박 모 씨는 "OB베어 뿐만 아니라 홍대 등 유명한 가게도 어쩔 수 없이 (건물주에 의해) 문을 닫거나 다른 곳에서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 갈등은 알겠지만 일단 법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안타까움과 그대로 여기서 계속 장사를 하고 싶어하는 건 좀 다른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다른 곳에서 영업해도 단골손님들이 많으니 그곳으로 찾아와 주시지 않을까 싶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법도 법이지만 구청이나 좀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건물주는 계약만료 3달 전인 2018년 6월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해 가게를 비워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9월6일 OB베어 측은 전자 명도소장을 받았다. 이로써 강제 철거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OB베어를 둘러싼 임대차분쟁에 시민들은 젠트리피케이션 억제 등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OB베어,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생경제연구소 등 15곳의 업소와 자영업 관련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노가리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는 "임대인은 OB베어를 내보내는 것이 아닌, 상생 촉구 방안을 모색하고 '노가리 골목'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방지와 상인들의 내몰림 현상을 방지해달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이어 "특정 점포의 독과점이 아닌, 다양한 점포와의 상생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도록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단순한 임대인-임차인 문제가 아니라 재개발로 특정 점포만 살아남고 다른 가게들은 사라지는 문제"라고 호소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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