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노정희 선관위원장, '서울대 법학과 남성' 관행 뚫은 첫 여성
"선거·정치에서 소외된 여성, 청년, 장애인 등 권익 보호"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지난 2일 공식 취임한 노정희 신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또 한 차례 '최초'라는 수식어를 덧붙였다. 2005년 이후 7명의 선관위원장(손지열, 고현철, 양승태, 김능환, 이인복, 김용덕, 권순일)이 모두 서울대 법학과를 나오는 남성이었다.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첫 여성 선관위원장이 탄생한 것이다.
내년 4월 서울과 부산에서 실시되는 보궐선거,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같은 해 6월 지방선거까지, 대한민국의 방향타가 될 메가톤급 일정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통상 함께 하는 대법관 임기 2024년 8월까지 노 위원장에게 주어진 숙제들이기도 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최근 선거 때마다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개표 결과를 불신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비록 일부라고 할지라도 선거관리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고 선거 전 과정에 걸쳐 미비점을 찾아내 개선책을 마련함으로써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일각에서 제기한 부정 투표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총선 이전에는 이른바 '위성정당' 논란이 커지면서 선관위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후보자 시절 재산 신고 내용과 당선 이후가 달라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엄정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는 기본이고, 이래저래 선관위 위상과 책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노 위원장에 대해 "법관의 기본적 책무인 사회적 약자 보호를 충실히 수행해왔다"며 "최초 여성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위원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여성, 소수자를 위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하답하듯 노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선거·정치에서 소외된 여성, 청년, 장애인 등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표성을 확보할 방안을 강구해달라"면서 "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양성 평등하게 이뤄지고 수평적이고 평등한 조직 문화가 정착·발전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선관위에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길을 열어온 이력을 가졌다. 여대 출신으로는 처음 대법관에 오르면서 최초로 여성 대법관이 4명으로 늘어난 시대를 열었다.
노 위원장은 1963년생으로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법원도서관장 등을 거쳤다.
그는 종중 구성원 범위와 관련한 재판에서 어머니의 성·본으로 바꾼 자녀를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종원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해 양성평등의 원칙을 보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복지법인 내 여성 장애인 성범죄 사건에서는 법인 임원의 가해자 분리 의무, 고발·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해임 사유가 된다고 판결해 사회적 약자 보호에도 기여했다.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릴 때 주심을 맡기도 했다.
'우리법 연구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활동한 이력은 야당의 중립성 위배 공격 재료가 되기도 했다. 이에 노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학술연구단체였다"고 했으며, '우리법연구회와 민변 활동을 한 것이 부끄럽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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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취임사에서 "공정과 중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소속이든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고려하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보수와 진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의 전 과정을 더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할 책임이 있다"면서 "정치자금의 조달과 지출이 투명하고 원활하게 운영되는 제도와 방법도 연구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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