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법안 논의 지지부진…‘깡통국회’ 오명 벗을 수 있을까
與野 ‘정책협치’ 약속했지만…대부분 코로나 관련 법안만 통과
부동산 관련법은 野 반발에도…與가 밀어붙여 강행 처리
秋아들 의혹·北 피격 국감 앞두고 대치 이어져
차별금지법·비동의강간죄 등 사회적 이슈 법안 계류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전진영 기자]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던 20대 국회는 법안 처리율이 36.9%에 그쳐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출범한 지 약 4개월 된 21대 국회는 현재까지 6%의 법안 처리율을 기록했다. 재차 일하는 국회를 표명한 21대 국회는 과연 20대 국회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21대 국회는 20대 국회보다 나은 성적이 기대된다. 20대 국회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정국에서 육탄전을 불사하는 동물국회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21대 새 키워드로는 '협치'가 부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강 정책에서 뜻을 같이하는 부분을 공동입법하는 '정책협치'를 해나가기로 결정했다. 공통공약과 정강정책은 약 37개다. 21대 국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법안들이 주로 통과됐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코로나19 관련 대학 등록금 환급 법안 등이 그 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동산 관련법은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밀어붙여서 통과시킨 법안들이다. 7일부터 국정감사를 앞둔 만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녀 군복무 특혜 의혹, 북한의 연평도 공무원 피격사건 등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협치를 내세웠지만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여야 간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1대 국회의 부결 1건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추 장관의 탄핵소추안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논란을 빚고 있는 경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 개정을 두고 일어나는 국민의힘 내부 반발도 여야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내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며 신중히 접근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당내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윤희숙 의원은 "기업의 경영활동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는 경영계의 걱정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며 제동에 나서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ㆍ차별금지법ㆍ비동의강간죄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법안들의 논의가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법안들은 발의만으로도 찬반 논쟁이 세게 맞붙으며 청원 대결까지 벌어졌다. 국회 국민동원청원이 10만명을 돌파해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겨졌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야 할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법안들은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관리 소홀로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ㆍ석탄화력발전소 사망사고 등 산재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입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과잉 입법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진보 진영과 보수 기독교계가 충돌하고 있다. 정의당이 발의한 이 법은 모든 사람이 성별, 장애, 출신 국가,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입법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법안 발의 요건(10명)도 가까스로 채웠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제17~19대 국회에서 연달아 발의됐으나 성 정체성 부분을 문제 삼는 종교계 등의 반발로 처리되지 못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외 공동 발의자를 구하지 못해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비동의 강간죄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이나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형법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에서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규정하고 있어 피해자 보호에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사법부의 자의적 판단, 무고 가능성 등을 내세우는 반대 논리가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10개나 발의됐지만 모두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태국 호텔에서 체포된 한국인 의사…한번에 2만원 ...
20대에 폐기됐다 21대에 재발의된 법안들도 이목을 끈다. 박덕흠 무소속 의원 논란으로 이슈가 된 이해충돌방지법은 여야가 처리를 공언한 만큼 이번에는 통과가 유력하다. 국회 발의만 13년째인 차별금지법의 통과도 주목된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과거사법, 디지털 성착취 처벌 후속법안들도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법안들은 국민의 관심을 샀지만 20대 국회에서 발의 법안 중 대부분이 기간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밖에도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법안들도 이번 국회에서 힘을 얻어 통과될지 관심이 쏠린다.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사망한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하는 일명 '구하라법', 예술계 성폭력 재발 방지책인 예술인권리보장법 등도 통과될지 주목된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