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진 수군 희생에 산새는 울어 버렸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태안 신진도 고가서 한시 발견
안흥진 수군 관가…군포·곡식 거두어 수군 관리
조운선 안흥량 통과 돕다가 희생된 수많은 수군들
"사람이 계수나무 꽃이 지듯 떨어지고…춘산도 조용하다"
“農家生業只在玆(농가의 생업은 오직 이와 같으니)/前年南畝種黃麥(지난가을 남쪽 밭에 찰보리를 심었네)/天地寂寞蕭瑟際(천지가 적막하고 소슬한 때)/山川搖落飄零邊(산천은 쓸쓸히 낙엽이 떨어지네)/今年惟在兩月秋(금년도 두 달 후엔 곧 가을되니)/來去中間同是事(오가는 중간에 이런 일이 매년 같다)/布詔行令曾如此(포를 내라는 조칙이 이미 이와 같은데)/忽然昨夜麥秋至(홀연 지난밤 보리가 왔구나)”
수군진촌(水軍鎭村)의 역사가 담긴 한시 ‘黃麥打麥羊 出家家(황맥타양출가가: 집집마다 찰보리를 타작하여 거두어 가다)’다. 지난달 태안 신진도 고가(古家)에서 조선 수군 명단이 적힌 수군 군적부(軍籍簿)와 한시(漢詩)를 발견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수거한 벽지를 해체하면서 발견했다. 태안 신진도 고가가 안흥진 수군을 관리하기 위해 군포(軍布)나 곡식을 거두어 관리했음을 보여준다.
이 가옥은 1843년 건립됐다. 고가에 거주했던 후손 최인복씨에 따르면 대청을 중심으로 ‘ㅁ’자형으로 건물을 배치했다. 대지 260평에 방 다섯 칸, 광 여섯 칸, 부엌 세 칸, 소 외양간 한 칸, 말 우리 등이 있었다. 현재는 ‘ㄷ’자형 구조만 남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광 여섯 칸이 존재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안흥진 수군을 관리했던 관가(官家)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번에 확인된 ‘황맥타양출가가’는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다. 함께 발견된 한시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 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였다)’ 또한 추정에 힘을 실어준다. 1843년 태안 신진도에 안흥진 수군의 관가(官家)로 사용될 집을 지었고, 이듬해 안흥진 첨사(安興鎭 僉使) 조진달이 잔치를 베풀어 사방의 손님을 맞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物物陳陳如此多(잔치에 물건들이 이와 같이 진진하게 많으니)/四方士士爭相來(사방에서 선비들이 다투어 서로 오도다)/堯舜日月近海島(바닷가 섬이 요순시대 같이 태평성대가 되니)/自來遺風此時盛(예부터 내려오는 유풍이 지금까지도 성하구나)/賢人飮酒頃盡醉(손님들이 술 마시고 문득 모두 취하니)/夕陽在山鳴上下(새는 석양의 산 위 아래서 울도다)/滿坐杯盤是浪藉(만좌에 배반(술상)이 낭자하니)/自古自來第一宴(예부터 내려온 최고의 잔치로세)/靑春白髮上下坐(젊은이와 늙은이 상하로 늘어앉아)/或醉歌舞人盡醉(혹은 취하여 춤추는 사람들과 함께 모두 다 취하였구나)/此宴難逢聖世華(이런 잔치 성세영화 아니면 만나기 어려워)/夕陽歌唱各散歸(석양에 노래하며 흩어져 돌아가도다)”
당나라 왕유(699~759)가 쓴 오언절구 한시 ‘조명간(鳥鳴澗, 새가 시냇가에서 울다)’의 형식을 빌린 동명의 초서체(草書體) 한시도 발견됐다. 조운선이 물길이 험난한 안흥량을 통과하도록 돕다가 희생된 안흥진 수군을 기리는 내용이다. 수많은 인명이 안흥량 앞바다에 빠져 희생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人間桂花落(사람이 계수나무 꽃이 지듯 떨어지고)/夜靜春山空(밤은 깊어 춘산도 조용하다)/月出驚山鳥(떠오른 달에 놀란 산새는)/時鳴春澗中(봄 시냇가에서 운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실제로 안흥량을 왕래하는 선박 열 척 가운데 일곱 척은 뒤집혀서 침몰했다. 매년 스무 척 이상이 가라앉았는데, 바람이 거센 해에는 최대 쉰 척이 사고를 당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사고가 많은 해역의 특성 때문인지 고가에서 ‘無量壽閣(무량수각: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건물)’이라는 문구도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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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이번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돼 내려오는 안흥진 수군 관련 개인 문집과 문학 작품을 찾아 번역한다. 김득신(1604~1684)의 ‘백곡집(栢谷集)’, 김규오(1729~1791)의 ‘최와집(最窩集)’, 이상적(1804~1865)의 ‘은송당집(恩誦堂集)’ 등이다. 아울러 오는 24일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하는 제2회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대회에서 이번 유물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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