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대신 장봐주는 '주부 10단'…사람과 혁신 사이
홈플러스 '신선식품 피커' 본사기자 체험해보니
코로나에 e쇼핑 트렌드 맞물려
옥수수부터 계란까지…쉬운 상품 없어
사람·상생…오프라인 효율 극대화에 초점
지난 17일 오전 차민영 기자가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신선식품 피커' 체험을 직접 해보고 있다. 사진은 고객이 주문한 바나나를 NPD 단말기로 스캔하고 있는 모습.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힘내서 일해봅시다."
지난 17일 오전 9시 반경 방문한 홈플러스 월드컵점. 정식 오픈 시간인 10시를 30분가량 앞두고 도착한 점포 지하에서는 빨간색 근무복과 조끼를 갖춰 입은 월드컵점 직원 650여명이 바쁘게 오갔다. 이들 사이에서도 평균 10년차 베테랑 주부 사원들은 파란색 트레이(바구니) 6개가 든 철재 카트를 끌며 바쁘게 오갔다. 이들은 e커머스팀 소속으로 온라인 주문을 받아 고객 대신 장을 봐주는 '신선식품 피커'다.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확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 물동량이 체감 기준 20%가량 늘면서 이들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일일 피커'로 나선 기자 역시 근무복과 안전 장갑을 착용하고 간단한 'NPD(New Picking Device)' 사용 교육까지 마쳤다. 출입 전 체온 체크와 손 소독은 필수다.
주부 10단이 대신 해주는 '장보기'
눈 앞에 펼쳐진 100개가 넘는 옥수수 더미. 껍질도 까지 않은 초록빛 옥수수들 앞에서 최상급 상품 8개를 선별해야 하는 기자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몸통이 통통하면서 줄기는 썩지 않고 겉면이 깨끗한 상품을 골라 주변 껍질을 까내고 흙을 잘 턴 다음 비닐봉투에 담았다. 18년차 베테랑 신선 피커인 마규리 홈플러스 월드컵점 e커머스팀 과장은 머뭇거리며 옥수수를 든 기자에게 "기자님, 그거 너무 얇지 않을까요"라며 재고(再考)를 권했다. 속으로 갸우뚱하는 것도 잠시 다음 코너인 참외로 발길을 재촉해야 했다. 편의점과 e커머스 온라인 몰에서 식자재 대부분을 구매하는 기자에게 실물 옥수수는 난관이었다. 참외와 감자, 당근, 토마토까지 쉬운 상품은 없었다. 무거운 2ℓ짜리 6개 들이 물 세트도 2개나 집어넣었다.
이렇게 하루에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근무하는 신선 피커는 30여명. 점포 내 e커머스팀 소속으로 대부분 7~10년 경력의 주부 사원들이다. 주문 목록을 들고 이리저리 헤매이며 40분가량 장을 봤는데, 이들은 보통 15~20분 내에 마친다. 한 번에 1~2명의 고객 주문이 포함된다. 제품 수는 평균 10개 안팎이다. 신선 피커들은 매일 오전 7시 반부터 10시 반, 1시 반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움직이는 일종의 기동대다. 이들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젊은 손님들도 있다. 20대 한 남녀 커플은 마 과장이 내려놓은 참외 한 봉지를 그대로 집어들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배송 시스템을 20여년간 고민해왔다.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단말기에는 주문서는 물론 제품 픽업 동선까지 도와주는 시스템이 탑재됐다. NPD를 활용하면 과일부터 채소, 유가공, 두부 등으로 최적화된 동선을 유도한다. 육류와 생선 등 세부 손질이 필요한 상품의 경우에만 공기 접촉을 최소화할 겸 전담 피커가 활약한다. 이후 제품에 따라 냉장·냉동·상온 상품 등 3개 별도 칸으로 나뉜 전문 차량을 통해 고객 집으로 배송된다.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 배달되는 월드컵점에서만 30대 차량이 운행될 정도로 물동량이 많다. 하루 2차례 배송이라는 점에서 60대 물량이 월드컵점에서만 나가는 셈이다.
사람·상생에서 혁신의 답 찾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향하는 거대 쇼핑 트렌드 변화 속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피커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고용 인력은 유지하면서 오프라인 점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실제 이날 일일 도우미를 자처한 마규리 과장 역시 홈플러스 3호점인 안산점 때부터 월드컵점까지 벌써 4번째 점포로 근무처를 옮기며 일을 지속해왔다. 그는 "우리나라 고객들도 서비스직을 대하는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지난 몇년간 강성 손님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며 "계란 한 판을 피킹해도 30알 모두 잘 있는지 세세하게 살피려고는 하는데 비대면 배송이다 보니 현장의 노력이 잘 전달되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고 전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역시 작년 무기계약직 1만4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함께 갈 것'이라는 상생의 메세지를 전달한 바 있다.
홈플러스 역시 신선식품 배송 전문 e커머스 신흥 강자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온라인·모바일 부문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기준 온라인 및 모바일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 대비 약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작년 9%대였으나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늘었다. 모바일 쇼핑앱 누적 다운로드수도 약 170만건으로, 이용고객수는 주문수는 평균 110만건에 달한다. 지난 2~4월에는 평균 120만건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100% 교환해주는 신선 애프터서비스(A/S) 제도도 운영하며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실제 2018년 3월 신설 후 반품률은 0.01% 이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보다도 저희 직원들의 긴장감 향상에도 도움이 된 시스템"이라며 "상품을 구매하는 바이어 역시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업무에 더 집중하는 효과가 생겼고, 소비자서비스(CS) 담당 직원은 반품에 따른 회사 측 손실을 고민하지 않아도 돼 고객과의 실랑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