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기본소득 하려다 초가삼간 태울라"…오히려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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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여권에서 기본소득 도입으로 오히려 전반적인 복지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보수 야당이 기본소득 논의의 문을 열면서 불을 붙이자, 이제는 여당의 신중론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최근 '진보 진영의 복지 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보고서를 통해 "기본소득과 같이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 정책적, 정치적 논의의 중심에 놓이게 될 경우 여타 복지 제도를 확충하거나 개편하는 논의들은 상대적으로 주변화되거나 사장될 위험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또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과 저항이 상당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최저임금의 폐지 논의로 전이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고 짚었다. 더미래연구소는 더불어민주당 내 86그룹 출신 의원들 중심의 최대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재정 확충이 어렵고 기존 복지 제도를 하향평준화시킬 것이란 시각이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코로나로 인한 소비의 위축은 가처분 소득 감소보다는 감염 위험에 대한 심리적 우려에서 기인하는 문제"라며 "직접적으로 지급된 현금은 추가적 소비 증대의 효과를 내기보다는 저축이나 보유를 통해 사장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고용보험 확대와 실업부조의 전면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재난지원금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상당 기간 제공할 수 있어,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미취업 청년의 숨통을 틔워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 차원에서도 앞으로 상시화될 고용불안정성에 대비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고용보험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다. 박 시장은 10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얼핏 모든 시민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면 공평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님 말씀처럼 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려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시키게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집중적으로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보편적 복지국가 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을 비롯해 북유럽 복지국가의 그 어떤 나라도 전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라고 짚었다.


보수 쪽에서 기본소득 비판론의 근거로 드는 '해외 사례 부재'가 진보 진영에서도 원용되는 것이다. 물론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의 '사회주의식 배급제'라는 비판과는 궤가 다르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보수의 논리를 받아들이다보면 전체적인 복지 수준이 더 낮아질 것이란 우려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적 기본소득 논의를 경계한다"면서 "기존의 복지를 줄이고 국가를 축소해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한 후, 사회보장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토록 하자는 발상이다. 주로 유럽의 우익정당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전국민 고용보험과 실업부조 도입을 우선 과제로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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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야권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의 전제로 복지 시스템의 개편을 들고 있다.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당 초선 의원 공부 모임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통합당 입장에서 해볼 만한 이슈"라며 "복지 제도 개편 프로그램으로 남는 비용, 축적된 비용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면서, 기본소득을 자기계발과 직업 선택을 유연하게 하는 것으로 간다면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이 노동시장 개혁이다. 이것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좌파든 우파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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