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막아야" vs "폭염 어떻게 견디나" 코로나19로 닫힌 무더위쉼터 논란
코로나19 감염 방지 위해 일부 무더위쉼터 중단·축소 운영 방침
폭염 취약계층 건강 해칠 우려…지난해 온열질환자 1841명
전문가 "방역과 폭염대책 연계해 추진해야"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폭염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감염이 지속하면서 일부 무더위쉼터는 운영이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될 방침이다.
코로나19가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온열질환으로 인해 노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는 코로나19 방역과 폭염 대책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하면서도 두 정책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이번 여름 종합 폭염 대책을 담은 '2020 여름철 종합대책'을 공개했다. 해당 대책을 보면 서울시는 이번 여름철에 어르신 무더위쉼터 4439곳을 설치하고 운영한다. 지난해보다 670곳(17.8%) 늘었지만,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기존 50%로 축소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탓이다.
무더위쉼터는 마을회관·경로당 등 공용시설을 지정, 주민 누구나 에어컨을 쐬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년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가 운영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일부 폐쇄·축소 운영될 방침이다.
경기도는 지난 4일 발표한 '2020 폭염종합대책'에서 감염병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확산 시, 해당 지역의 무더위쉼터에는 임시 휴관을 권고하고 쿨링포그(인공안개 분사 시설), 바닥 분수 등 사용도 자제하도록 했다.
앞서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던 대구시는 이날 발표한 폭염대책에서 올 여름 무더위쉼터 996개소 모두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독거 노인·거동 불편자·쪽방촌 주민 등 폭염 취약계층 1만여 가구에 냉풍기·선풍기 등 냉방용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무더위쉼터 등 폭염대책시설이 폐쇄되거나 축소 운영되면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층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온열질환은 뇌졸증·혈액순환 장애·정신질환 등 다른 질병으로 악화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조치가 필수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를 보면 지난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1841명(사망자 11명)이었다. 이례적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4500명을 넘었던 지난 2018년보다는 적었지만, 2011년 감시가 시작된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더위쉼터 운영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과 완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에서 80대 노모를 모시는 A(54) 씨는 "올해는 되도록이면 어머니께서 집 안에 계셨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며 "노래방 등 주로 밀집되고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이뤄지지 않았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이라고 다를 게 없다. 더위가 심해지면 다들 불편하겠지만, 감염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할머니·할아버지 두 분과 한 집에서 거주한다는 경기도 직장인 B(30) 씨는 "집 에어컨이 작아서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되는 게 걱정"이라며 "여름철에 노인회관이 계속 열려 있지 않으면 노인 분들이 못 버티시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직장인 C(31) 씨도 "나도 여름에는 햇볕을 장시간 쬐면 어지러움을 느끼곤 하는데 노인 분들이 폭염을 어떻게 견디겠나"라며 "코로나19 감염도 주의해야겠지만, 폭염 대책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방역과 폭염 대책이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조율해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올해 폭염대책, 코로나19 방역과 연계해야'라는 제목의 브리핑에서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개방되어 환기가 잘 되고, 공간이 넓은 대형 무더위쉼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실외 집단 체류 시설은 개인별 양산쓰기 일상화 운동 확대 전개, 공용 양산 대여 서비스 제공 등 보완책을 마련해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쿨링포그 등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후 시설가동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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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설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환자와 향후 폭염 환자까지 포함하면 환자 수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온열질환자 발생 패턴을 고려한 추가 의료수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여유 인력과 장비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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