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신 자초한 국토부…'엉터리 공시가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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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매년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도 커졌는데, 지금까지 산정된 공시가격이 엉터리라니 황당합니다."(직장인 A씨ㆍ서울 마포)


국토교통부가 토지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부실이 있었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가 19일 공개되자 업계에선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실 공시가격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이로 인한 불만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공시가격이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고 인근 지역의 비슷한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정확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게을리 해왔고, 감사도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 도입 이후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감사원 조사로 드러난 공시가격의 오랜 부실은 사실상 정부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 왔던 공시가격 불균형과 시세와의 괴리 의혹 등의 원인이 감사원 조사로 드러나자 매년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고 있는 국토부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최근 보유세 부담에 대한 반발 정서가 큰 상황인데, 정부의 엉터리 행정 탓에 부당한 세금을 냈다는 민원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같은 지자체에서도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을 산정하는 부서가 달라 같은 땅에 다른 가격을 매긴 사례가 144만건으로 전체의 37%에 달했다. 땅값과 집값을 합친 가격이 땅값보다 낮은 사례도 22만8475건이나 됐다.


그래서인지 국토부는 감사원의 발표 직후 서둘러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감사원은 공시가격이 잘못됐다고 발표한게 아니라 특성이 불일치 하는게 있다고 한 것"이라며 "(일부 특성이) 정정된다고 해도 실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의 관계기관 의견과 보도자료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바짝 엎드린 것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다.


국토부는 지난해 잘못된 공시가격을 바로잡고 과잉 징수된 세금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십수년간 '엉터리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세금을 내온 국민들 사이에선 "정부도 못믿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업계에선 국토부의 부실 공시가격 산정이 몇몇 공무원들의 일탈이나 실수로 인한 일시적인 '사고'가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 속에 나타난 제도상의 허점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국토부가 당초 정부 기조대로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높여 조세제도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합리적인 산정 시스템과 투명성, 국민과의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해 12월17일 이미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많이 개선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게 국민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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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토지대장에 등록된 토지 중 43만여 필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이 누락되고, 비슷한 지역ㆍ용도의 토지임에도 지자체 실수로 한 사람은 매년 세금부담이 늘어나는데 다른 사람은 수십년째 같은 세금을 내는 상황에선 국토부도 국민에게 공시가격 급등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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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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