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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故 최희석 경비원 유족, 감사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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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희석 씨 유족 "아파트 입주민 비롯 국민께 너무 감사"
가해자 사과 기다렸지만, 코뼈 폭행 등 시시비비 다툼만
시민들 "죄송하다","안타깝다" 추모 물결
유족, 갑질 방지 '최희석법' 추진

주차 문제로 주민과 시비가 붙어 욕설과 폭행 등 피해로 괴로워하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 초소 앞 분향소. 경비원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사진=임주형 인턴 기자 skepped@asiae.co.kr

주차 문제로 주민과 시비가 붙어 욕설과 폭행 등 피해로 괴로워하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 초소 앞 분향소. 경비원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사진=임주형 인턴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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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59) 씨 유족은 국민적 추모 물결에 연신 감사함을 표시했다.

빈소 앞에는 국회의원들의 조화를 비롯해 우이동아파트입주민, 서울노동권익센터, 한국경비협회 등 고인을 추모하는 조화가 빼곡히 들어섰다.


정세균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각각 전날(13일) 고인의 빈소와 그가 근무하던 아파트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최 씨를 애도했다.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에 마련된 최 씨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입주민 여러분 정말 너무 감사하다"라면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동생이 조금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에 마련된 故 최희석 씨 빈소.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에 마련된 故 최희석 씨 빈소.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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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주민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께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로 50대 주민 A 씨와 시비가 붙었다. 자신의 차량을 최 씨가 임의대로 이동시켰다는 게 이유였다. 최 씨 입장에서는 단지 내 주차관리를 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는 곧 큰 다툼으로 이어졌다.


A 씨는 최 씨를 폭행한 뒤 관리사무소로 끌고 가 경비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등 지속해서 최 씨를 상대로 갑질을 이어갔다.


결국, 최 씨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2일 상해 등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최 씨는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에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숨지기 전 최 씨는 자신의 형에게 "너무 힘들다"라며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족은 "동생이 최근 '정말 너무 힘들다'라며 억울함과 고통을 호소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전 그런 말은 하지 않는 녀석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족은 가해자에 대해 단 한 번의 진정성이 있는 사과를 원했다. 유족은 "가해자는 자신의 폭행 사실을 부인만 하고 있다"면서 "왜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에 마련된 故 최희석 씨 빈소에서 유족이 생전 고인에 대한 성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에 마련된 故 최희석 씨 빈소에서 유족이 생전 고인에 대한 성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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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가해자 사과를 받기 위해 장례를 3일장에서 5일장으로 늘렸다. 그 기간 안에 가해자가 언제든 와서 사과하면 유족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족은 "가해자가 빈소에 와서 숨진 동생 영정 앞에서 사과하고 절이라도 한번 하면, 유족으로서는 동생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러나 가해자는 폭행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숨진 최 씨는 가족들 사이에서 선한 인품으로 통했다. 유족은 "동생은 한마디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면서 "이제 좀 살만하니까 그렇게 됐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동생은 부모님께는 효도를, 가족에게는 자상한 아버지였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두 딸이 아빠를 위해 쓴 편지. 딸은 편지에 쓴 글에서 "마음 여린 우리 아빠",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고인의 두 딸이 아빠를 위해 쓴 편지. 딸은 편지에 쓴 글에서 "마음 여린 우리 아빠",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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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두 딸은 갑질로 괴로워하다 숨진 아버지를 위해 편지를 쓰기도 했다. 편지에서 딸들은 "사랑하는 우리 아빠, 이제 부를 수 없는 우리 아빠, 아빠가 그렇게 아픈줄도 모르고, 정말 미안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보고싶어 아빠...사랑해 아빠"라며 "입주민 여러분들 빈소에 적극적으로 저희 아빠를 위해서 추모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유족은 동생이 폭행을 당한 다음날도 근무할 정도로 성실했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동생이 그렇게 흠씬 얻어맞고 다음날도 출근했다"라면서 "그날 신입 경비원 근무를 알려주고 있었다. 코피가 터지고 얼굴이 그렇게 되었는데도, 분리수거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화단에 물 주는 방법을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유족은 고인의 이름을 딴 이른바 '최희석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족은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물론 '최희석법'을 통해 한국 사회 만연한 갑질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법은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서 멸시받고 무시 받는 직종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으로 인해 식당에서는 더는 반말 하는 손님을 볼 수 없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최희석법 통과를 위해 국회서 기자회견도 할 수 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 더는 갑질로 울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고통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갑질 방지법 등 많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법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경비원 일도 처음이 아니지 않으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 괴롭힘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 괴롭힘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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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故 최희석 경비원의 노제가 14일 엄수됐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지낸 뒤 고인이 생전에 근무하던 아파트로 이동해 노제를 치렀다.


아파트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갑질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추모 메시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현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모임'은 가해자 주민 A 씨를 고소한 상태다.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35만1,116명이 동의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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