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도는 서울형 리모델링…2년째 안전진단 0건
2018년 시범단지 7곳 선정했지만 조합설립 단 1곳
서울형 리모델링 핵심은 1차 안전진단 비용 지원
그나마 문정시영 곧 1차 안전진단 지원금 신청할 듯
나머지는 분담금,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주민동의율 확보 못해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서울시가 노후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 대안으로 추진한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이 2년 가까이 헛돌고 있다. 시범단지로 지정한 7곳 가운데 안전진단을 거친 곳이 한 곳도 없는데다 6개 단지는 각종 규제와 분담금 문제로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 확보조차 못한 상황이다.
2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2018년 6월 선정된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7곳 중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실질적 지원을 받은 단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당시 중구 신정동 남산타운,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1차ㆍ2차ㆍ3차, 송파구 문정동 시영ㆍ건영, 강동구 길동 우성2차를 시범단지로 선정하고 1차 안전진단 비용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활성화를 통해 공동주택의 노후화를 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나마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곳은 문정동 시영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조만간 서울시에 1차 안전진단 비용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시범단지 중 유일하게 조합설립에 성공한 문정시영은 최근 송파구청에 1차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황순영 문정시영 리모델링 조합장은 "이번 주 대의원회의를 통해 1차 안전진단 비용 지원을 신청할 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서울시의 조건이 사업성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시범단지들은 조합설립 신청조차 못한 상황이다. 리모델링 단지가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소유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들은 수평ㆍ별동증축을 택한 문정시영과 달리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을 원하고 있어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분담금이다. 신정동 남산타운 소유주는 "가구당 약 1억원의 분담금이 예상되는데 면적이 늘어나지 않는 평형대도 있어서 주민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면서 "개별 리모델링을 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당초 지난해 3월에서 올해로 미루면서 분담금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도 문제다. 내력벽은 건물 하중을 견디기 위해 만든 벽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다양한 평면 구성을 위해 세대 간 내력벽 철거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분양가 상한제도 걸림돌이다. 남산타운, 문정건영, 우성2차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수가 30가구 이상 늘어나면 주택법에 따라 일반 분양가 책정때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세대수 증가가 많지 않은 리모델링의 경우 일반 분양을 통한 수익은 공사비로 충당하기에도 모자라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리모델링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들이 각종 암초로 사업의 진척이 더디지만 서울시는 조합설립 이전에 시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기부채납을 연상시키는 서울시 자체 리모델링 가이드라인 역시 시범단지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상반기 최종 확정될 가이드라인은 리모델링 단지가 커뮤니티 시설이나 주차장 등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지역공유시설 등 공공 기여' 기준을 담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한국 증시 왜 이렇게 뛰나"…코스피 랠리에 이탈...
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시범단지를 통해 각종 리모델링 표준을 만들려다 보니 사업진행이 더디다"면서 "현재 초기단계인 리모델링이 정착하려면 가이드라인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