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재택근무하면 다냐" 목소리 높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우리만 재택근무하면 다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열리는 화상 임원회의에서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발 앞서 재택근무 중인 SK텔레콤 직원과 달리 콜센터ㆍ네트워크 등 협력사와 유통망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상황을 우려한 행보다.
일선 대리점과 집단상가에서는 코로나19로 내방객이 끊긴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커녕 하루 14시간에 달하는 영업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 와중에 불법보조금이 활개치고 있어 시장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 사장은 불법보조금을 완화하는 한편 협력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유통망 전산운영 시간을 한시적으로 앞당겨 마감하는 방안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해 4월3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로비에서 열린 '5GX 서비스 론칭쇼'에서 세계 최초 5GX 상용화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콜센터 어떻게…" 지적 후 확산=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업계 최초로 전사적 재택근무 결정을 내린 박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 등의 자리에서 협력사, 유통망 등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거듭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SK텔레콤 본사 직원들만 재택근무하는 것으로 대응책이 마무리돼선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자칫 주요 기반인 통신ㆍ방송 네트워크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때 마침 박 사장이 "콜센터는 어떻게 할거냐. 어느 정도 (재택근무) 대비가 됐느냐"고 지적한 직후 수도권 내 대규모 집단감염 첫 사례인 구로 콜센터 사태가 터졌다. 당시 SK텔레콤은 콜센터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박 사장은 "걱정했던 부분"이라며 선제적 대응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리만 재택근무하면 다냐"며 이른 시일 내 대리점 등 유통망과 협력사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도 지시했다.
박 사장이 이처럼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은 그만큼 유통망과 협력사의 근무여건이 열악하고 언제든 코로나19 확산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네트워크 협력사들의 경우 최근 신규 설치 등 대면 업무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고 있으나 일선 판매장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테크노마트 등 집단상가의 경우 매장들이 빽빽하게 밀집된 탓에 눈치싸움이 더 치열하다.
유통망 관계자는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쓴 채 하루 평균 14시간씩 근무하고 있다"며 "손님 하나 없이 마감시간까지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을 피한 저녁 시간대에 온라인과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불법보조금까지 쏟아지는 상황이다.
◆3사 CEO 유통망 전산운영 단축 건의= 박 사장을 비롯해 구현모 KT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유통망 직원들의 탄력적 근무가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표적 안이 유통망 전산운영 시간 단축이다. 현재 신규 및 기기변경은 오후 10시, 번호이동은 오후 8시까지 운영되고 있으나 한시적으로라도 이를 1~2시간 앞당기자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통 3사 모두 필요성에 동의했다"며 "유통망 차원에서의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향후 도입될 주 52시간제 등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테스트베드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대리점 등을 중심으로 찬성 목소리가 뚜렷한 반면 일부 집단상가와 판매점들은 생계와 직결된 사안,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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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12일 강변테크노마트에서 판매점 종사자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망 전산운영 시간 단축은 이통시장의 과열경쟁을 막고 관련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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